긴축에 고통받는 모기지 대출자들…"유럽 국가별로 '통증' 다르다"

김리안 2023. 10. 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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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AP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 등의 급격한 긴축으로 유럽인들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액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별로 모기지 대출자들이 감당하는 고통의 수준이 상이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존 뮬바우어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자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유럽 전역의 모기지 시장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 단일 통화 체제(유로존)가 출범한 뒤 금융 시장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주택 시장에서는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FT는 "모기지를 새로 받거나 기존 모기지를 재융자하려는 대출자들 모두 (고강도 긴축 이후) 차입 비용 급등으로 늘어난 상환액에 신음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더 많은 유럽인들이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입안자의 공격성 수준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별 모기지 시장 차이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며 유럽 주요 6개국(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의 최근 모기지 금리 수준과 2015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 등을 비교 분석했다. 기존 모기지의 평균 이자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페인(3.44%), 2015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건 네덜란드(47%)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된 유럽인들로는 영국 주택 소유자들을 꼽았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140만 가구 이상이 기준 금리가 낮을 때 설정된 고정금리 모기지가 해지되면서 훨씬 높아진 고정금리 비용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지난 20년새 변동금리 모기지 비율은 급감(70%→13%)한 반면 고정금리 모기지 비율은 61%로 50%포인트 늘어나는 등 모기지 시장 변화 덕분에 취약성을 줄일 수 있었다고 FT는 분석했다.

프랑스 주택 소유주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 놓였다.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기간이 23년에 달하고, 전체 모기지에서 변동금리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프랑스 중앙은행이 시중 대출기관들에 정한 최대 이자율 수준인 폭리이자율(usury rate) 제도 덕분에 프랑스 모기지 대출자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프랑스 은행들은 폭리이자율 제한으로 인해 다른 유럽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 증가와 즉각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들이 손실이 예상되는 거래를 기피하면서 신규 모기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7월 신규 대출 승인액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인 120억유로로 떨어졌다.

스페인 모기지 중개업체 트리오테카 관계자는 "변동금리 모기지를 보유한 410만 가구가 긴축 기조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전체 미결제 모기지 550만건 중 75%가 변동금리를 따른다. 지난 7월엔 몇 년 동안 고정금리를 제공하다가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 상품이 전체 신규 모기지의 37%를 차지하는 등 모기지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만기가 10년~20년인 고정금리 모기지가 일반적이다. 또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소득수준에 따른 대출 규모 제한이 없다. 이는 초저금리 호황기에 ECB의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이 겹친 과거 10년간 독일 주택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긴축이 시작된 지난해에만 한 해 동안 독일의 부동산 가격은 10% 하락했다. FT는 "최근의 높아진 이자율과 낮은 부동산 가격으로 독일 청년들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한이 있더라도 더 많은 보증금을 지불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는 모기지 시장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모기지 중개업체 닥터 클라인의 프랑크 뢰쉬 금융 전문가는 "독일에서 이제 부동산 구입은 실제 가족 차원의 프로젝트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독일 판드브리프 은행 협회(VDP)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주택 구매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80%에서 올해 75%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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