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코스피…외국인은 수출주로 피난 간다
고금리 장기화·긴축 우려에 투심 꺾여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주는 매집 전략
수출주 4분기 실적 개선 본격화 전망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긴축 우려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도 수출주는 적극 매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두고 올 4분기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2720억원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떠났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도 이날 46억원 내다 팔았으며, 기관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일(미 동부시간 기준) 4.74%를 기록해 전월 대비 0.06%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거래일에는 장중 4.8%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7% 금리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나마 외국인은 수출주는 매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달(10월4~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로, 2487억원 담았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수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적극 매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일평균 수출은 3개월(7~9월)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며 “재고 소진과 감산 효과가 더해지면 수출 회복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순매수 2위에 오른 기아(000270) 역시 대표적인 수출주에 속한다. 이달 순매수 금액은 451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종 역시 안정적인 수출을 지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에선 9월 미국의 신차 판매수는 대기 수요와 선단 판매 증가로 전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아의 9월 신차 판매수 증가율은 전년보다 19.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순매수 4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로 외국인은 159억원 담았다. 중국의 철강 감산에 따른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매수를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순매수 5위 역시 두산밥캣(241560)(126억원)도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에 속한다. 미국 인프라 투자 수요 확대 및 가격 개선에 힘입어 당분간 기계 수출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외에 순매수 3위는 경기 둔화 속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방어주인 KT(030200)가 자리했다. 순매수 금액은 245억원이었다.
증권가에선 기술주 주도의 수출 회복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종목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9월 수출 지표를 감안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은 9월에 바닥을 확인했고 10월부터는 가격과 출하 동시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에 그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일반기계, 철강, 디스플레이, 가전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 전환하며 회복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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