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의 담백한 울림에 빠져… 처자식 딸린 몸으로 유학길 올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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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카운터테너 정민호 바로크 시즌(Baroque Season)' 공연을 치른 카운터테너 정민호(사진)는 바로크 음악과 사랑에 빠진 고음악 전도사 같았다.
"비 오는 날이었어요.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바흐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낭만주의 오페라만 줄곧 했던 제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별거 없이 단순한데 담백한 마음의 울림이 일었어요. 다시 노래가 하고 싶어졌죠." 정민호는 그길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에 입단했고, 카운터테너로 파트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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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활동 포기로 방황하던 중
바흐 음악에 감명… 파트 바꿔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카운터테너 정민호 바로크 시즌(Baroque Season)’ 공연을 치른 카운터테너 정민호(사진)는 바로크 음악과 사랑에 빠진 고음악 전도사 같았다. 테너보다 높은음을 내는 ‘테너에 대한 테너’인 카운터테너는 제사·예배 등 각종 의식에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던 이유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파트. 바로크 시대 바흐와 헨델 음악에선 주역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번 공연에서 부른 헨델의 오페라 ‘라다미스토’ 중 ‘나의 무자비한 운명’처럼, 정민호는 우여곡절 끝에 실력으로 인정받는 카운터테너로 지금 자리에 서게 됐다.
테너로 시작한 정민호는 현실의 벽에 성악을 포기했었다. 길을 잃고 방황했던 서른 즈음, 그의 마음에 바로크 음악이 스며든 13년 전의 순간을 그는 생생히 기억한다. “비 오는 날이었어요.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바흐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낭만주의 오페라만 줄곧 했던 제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별거 없이 단순한데 담백한 마음의 울림이 일었어요. 다시 노래가 하고 싶어졌죠.” 정민호는 그길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에 입단했고, 카운터테너로 파트를 바꿨다. 테너일 땐 힘들었던 노래가 카운터테너로 전향하자 술술 나왔다.
정민호는 2016년 고음악의 명문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유학 과정도 극적이다. 36세, 지켜야 할 아내와 아이도 있는 상황. 현실 앞에 개인적 욕심을 접고 라이브 오디션을 포기했지만 학교에서 그를 잡았다. “오디션을 안 가고 한 달 후쯤 음악원에서 메일이 왔어요. ‘네가 필요하다. 온다면 합격시켜 주겠다’는 내용이었죠.”
성악을 포기한 사람을 다시 무대 위로 이끌고, 36세 가장을 네덜란드 유학길에 오르게 한 고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민호는 “바로크 음악은 자연스럽고 따스한 울림이 있다”며 “낭만주의 음악이 풍부한 사운드로 감각을 자극한다면, 바로크 음악은 무심한 듯 툭 다가와 굉장히 깊게 자리 잡는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정민호에겐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올해 방영했던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할 뻔한 것. 방송사에서 섭외 연락이 왔고 그 역시 크게 고민했다. 정민호는 “출연하면 인기가 생기고, 고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같은 기간 그가 처음 마태수난곡을 공연한 네덜란드 로렌스 개혁교회로부터 연주회 제안이 들어왔다. 공연료는 1000유로. 비행기 값도 되지 않는 액수였다. 정민호는 “바흐 때문에” 연주회를 선택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바흐를 본연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픈 마음이 컸어요. 네덜란드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때 성악을 그만뒀던 정민호의 눈은 이제 세계를 향해 있다. “세계적인 바흐 스페셜리스트가 목표”라는 그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성악가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집, 멋진 집도 좋지만, 결국 편안한 집이 가장 좋잖아요.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소리로 내면의 자연스러운 울림을 드리고 싶어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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