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친족 가구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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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섞인 가족이 아닌 친구나 애인, 동료와 거주하는 비(非)친족 가구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50만 가구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비친족 가구 수는 1년 전 45만 2,660가구보다 8.7% 늘어난 51만 3,889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비친족 가구는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 가구를 말한다. 경제적 이유로 동거하는 친구나 동료,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비혼 연인, 동성 부부 등도 모두 포함된다. 비친족 가구의 증가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학업이나 직장을 얻기 위한 이유 등으로 다인 가구에서 분리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경제적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친족 가구를 형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비혼 동거에 대해 관대해진 영향도 있다. 가족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혼인, 혈연, 입양 등 한정된 범위의 가족에 한해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거나 법적·사회적 혜택 대상자가 된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 되기 위해 친구를 딸로 입양한 경우도 있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의 저자 은서란 작가는 현재 농촌에서 친구 어리 씨와 법적 가족으로 살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해 성인 입양을 통해 서류상 가족이 됐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입양을 하게 됐는데, 40대가 되면서 응급실에 갈 일이 몇 번 생기다 보니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함께 사는 가족으로 서로의 실질적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는 그 어떤 법적·행정적 권리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족 돌봄이나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려고 해도 법률로 증명할 수 있는 관계만을 인정하지만, 미국은 ‘같은 집에 사는 가구 구성원’ 또는 ‘내가 가족으로 여기는 자’도 가능하다고 한다. 향후 노년을 대비해 돌봄 측면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가족의 범위와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비용을 절약하는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청년층에서는 결혼 없는 출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은 2012년 22.4%에서 2022년에는 34.7%로 12.3%p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39%, 30대는 39.9%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가정기본법 등 각종 국내 법과 제도에서는 혼인 또는 혈연으로 이뤄진 경우만을 가족으로 규정하고 난임 지원 정책 등도 법적인 부부 또는 사실혼 관계만으로 대상이 제한된다. 혈연 및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활을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정치적 난황이 거듭되고 있는 현실이다.
2023 가족 리포트 설문조사
9월 11~17일 <우먼센스>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❶ 가장 효과적인 출산 장려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 기타(결혼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 사교육비 부담 경감, 인식 변화)
6.7% 출산장려금 지원
73.3% 육아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확대
❷ 비혼 출산, 동성 커플 출산에 대한 생각은?
37.5% 보통이다
18.7% 긍정적이다
43.8% 부정적이다
❸ 혈연 및 혼인 관계가 아니라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생각은?
33.3% 부정적이다
40% 긍정적이다
26.7% 보통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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