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신형 핵미사일 시험 성공”…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시사

손우성 기자 2023. 10. 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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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다이 국제토론클럽’서 3시간 41분 발언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시험 성공 주장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가능”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엔 “그럴 이유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닉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실험금지조약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은 실제 비준 철회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부레베스트닉 발사 시험에 최종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3월 국정연설에서 핵 장착이 가능한 부레베스트닉 보유 사실을 알리며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극 미사일 기지에서 부레베스트닉 핵미사일 시험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다른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스템 완성도 눈앞에 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990년 이후 시행하지 않은 핵폭발 관련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은 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며 비준 취소는 국가두마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 러시아는 2000년 비준까지 마무리했지만, 미국은 1996년 서명만 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엔 “그럴 이유가 없다”며 “오늘날 그 어떤 것도 러시아 존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가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해상이든 지상이든 미사일 수백 발을 날려 적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발언 이후 러시아 하원에서는 실제 비준 철회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6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은 텔레그램에서 “국가두마는 다음 회의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취소 문제를 반드시 논의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연방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에 대한 거울 대응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아직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쿠피얀스크 흐로자 마을에서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것을 끝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부터 줄곧 ‘전쟁’ 대신 ‘특별군사적전’이라는 용어를 택해왔다. 하지만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전쟁’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빼앗을 필요는 없다”면서 “이번 분쟁은 제국주의나 영토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에 관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서방은 지나치게 오만하다”며 “러시아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사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을 겨냥해선 “식민주의 사고로 세계를 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2014년 쿠데타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끝에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된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 사건이 결국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한 근원이 됐다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방안을 제안했지만, 서방이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을 펼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항상 반대해왔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엔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침공 종료 시점에 대해선 “영토가 아닌 우리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다극성’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3시간 41분에 걸쳐 발언을 이어갔다. 약 30분간 기조연설을 한 뒤 3시간 넘게 사회자와 토론 참여자들 질문에 답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로 운신 폭이 좁아진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친구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노력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서방이 나토를 러시아와 중국 국경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일본에 대해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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