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욘 포세 “글쓰기는 일종의 듣기…난 여전히 안식처에서 쓰는 열두 살 소년”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소설가로 시작해 희곡서 돌파구 찾아
치밀한 구상 대신 최소한의 취재 선호
시·에세이·번역 등 다양한 장르서 활약
국내선 ‘아침 그리고 저녁’ 등 번역 출간
“저는 처음에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출발했지만, 희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돌파구가 찾아왔습니다. 15년 동안 기본적으로 연극만을 위해 글을 썼죠.” 소설로 먼저 데뷔했지만, 극작을 시작한 이후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동시대 최고 극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언젠가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놀라움이었고, 처음에는 약간의 모험이었어요. 저는 주로 여름에 희곡을 썼지요. 남은 한 해 동안 해외 극장을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1998년 희곡 『누군가 올 거야』가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부터 독일에서 그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공연됐다.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이 무대에 올렸다.
많은 작품에서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좁고 긴 협만인 피오르드가 배경이 되고, 바다라는 대자연과, 외부와 격리된 외딴집과, 오래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는 독일어판의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에서 말했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
정민영 한국외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포세의 작품들은 가족, 이별, 죽음, 사랑 등 보편적인 소재를 굉장한 문학성으로 형상화해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며 “특히 포세의 희곡들은 행간의 여백이 커서 거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고 평했다.
문학동네는 자료에서 “리듬과 침묵에 대한 글쓰기로 평가받으며,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 사이에 있는 반복화법이 특징”이라고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그의 희곡과 소설, 시, 에세이 등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도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새움), 동화 『오누이』(아이들판) 등이 번역 출간됐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에 이미 뉘노르스크문학상, 브라게상 명예상, 국제입센상, 프랑스 공로훈장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포세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열두 살부터였다. 처음에 쓴 것은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스무 세살 때 처음으로, 마침내 소설을 발표했다. 글쓰기는 이후 그의 삶의 안식처가 됐고, 그곳에서 그는 영감을 받아적는 열두 살 소년이었다.
“저는 12살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시와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여러 면에서 저는 아직도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열두 살짜리 소년입니다. 그때 저는 이미 글쓰기가 저에게 일종의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것을 느꼈지요. 저는 글쓰기의 공간, 그 장소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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