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트남 최초 '한국 산업단지'… "일본 산단 뛰어넘겠다"

하노이(베트남)=신유진 2023. 10. 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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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빛난 'K-건설' : 베트남 하노이(4)] LH 흥옌 클린산업단지

[편집자주]베트남은 국내 기업에 일찍이 기회의 땅으로 불렸다.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전부터 국내 건설업체들은 베트남 진출을 도모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1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대우건설 지사를 설립했고 이후 국내 회사들의 베트남 진출이 이뤄졌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 건설업체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스스로 사업주체가 되고 있다. 베트남 법인 설립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영향력도 커졌다.

지난 8월29일 찾은 베트남 흥옌성의 성도 흥옌시에 조성되는 클린산업단지 공사 현장.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제2의 '한강의 기적' 꿈꾸는 베트남 건설시장
(2) [르포] 하노이 '서호의 기적'… K-스마트시티, VIP 투자자 홀렸다
(3) [인터뷰] 안국진 대우건설 베트남 법인장 "공동의 이익이 최고 가치"
(4) [르포] 베트남 최초 '한국 산업단지'… "일본 산단 뛰어넘겠다"
(5) [인터뷰] 한종덕 LH 베트남 법인장 "국내 기업에 기회의 토대"
(6) [르포] 롯데건설, 하노이의 잠실에 '아시아 쇼핑 1번가' 세웠다
(7) [인터뷰] 이승환 하노이 롯데몰 현장소장 "무사고·무재해 달성"

[하노이(베트남)=신유진 기자] "짜오 깍꽁띠 한!"(한국 기업을 환영합니다!)
지난 8월29일 베트남 흥옌성의 성도 흥옌시에 조성되는 클린산업단지 현장. 광활한 대지 위에 덤프트럭과 포클레인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장비들 사이에 작업 중인 인부들도 보였다.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 베트남어와 영어로 만들어진 현수막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사 현장에 들어서자 한쪽에 현장 사무실인 컨테이너박스가 있고 내부 벽면엔 '베트남 투게더 코리아'(Vietnam Together Korea)라는 의미의 영문 글자 'VTK'가 써 있었다. 한국과 베트남 기업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LH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KBI건설·신한은행 등이 베트남 부동산개발기업 '에코랜드'(ECOLAND)와 시행을 맡았다. 지난해 9월에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48%다.


베트남, 한국 기업에 최대 안전지대


흥옌 클린산업단지 사업은 한국이 베트남에서 최초로 짓는 산업단지다. LH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 정부·공공·민간 협력으로 추진하는 한-베 대표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면적은 143만1000㎡(43만평)에 약 1123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시공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8위(2023년 기준) 계룡건설이 담당한다.

2017년 4월 LH가 흥옌성인민위원회와 '흥옌성 산업도시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어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 2019년 9월엔 특수목적법인(SPC) 'VTK 흥옌산업단지 투자 및 개발회사'를 설립해 3년 뒤인 2022년 9월 착공했다.

파란 지붕은 공사 현장 사무실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산업단지가 위치한 흥옌성은 베트남 북부 경제벨트의 중심지로 꼽힌다. 수도 하노이와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이고 도심 접근성이 우수하다. 고속도로와 공항, 항구 등의 교통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동남아시아의 기후 특성상 한국과는 약간 다른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장 감독인 이명석 VTK 흥옌산업단지투자개발회사 부장은 "베트남의 여름 기온이 한낮에는 40도 이상으로 올라가 새벽 5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을 먹고 휴식한다"며 "대낮엔 너무 뜨거워 일할 수가 없어서 해가 지면 다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늘이 없는 현장은 체감온도가 훨씬 높게 느껴졌다.


"일본 뛰어넘는 K-산단 되겠다"


클린산업단지 사업 기간은 조성·운영을 포함해 2021년 7월부터 2071년 7월까지다. 총 50년 토지 임차 방식이다. 분양은 지난해 9월과 올 7월 각각 1·2차로 나눠 진행했다. 남은 구역은 내년 7월까지 분양할 예정이다.

LH는 한국의 첫 베트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일본의 5대 종합무역상사인 스미토모가 1990년대 진출해 조성한 베트남 대표 산업단지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스미토모 상사는 1990년 인도네시아 산업단지 개발 이후 30년 이상 산단 개발을 통해 제조기업의 생산 활동을 지원했다. 현재 아시아에 8개 산업단지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스미토모는 1997년 274만㎡의 하노이 탕롱(Thang Long) 산단을 조성했고 이어 2006년 526만㎡ 흥옌성 탕롱 제2산단, 2015년 빈푹성 탕롱 산단을 조성했다. 흥옌성의 탕롱 제2산단은 LH 클린산업단지 인근에 있다. LH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 산업단지에 입주해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클린산업단지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클린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는 허허벌판인 상태로 포클레인과 트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



1차 분양 성공… "안전한 투자 환경"


LH는 분양을 위해 국내에서 기업 모집을 대행하고 있다. 분양 공고와 예약자를 모집하고 2개월의 투자 준비기간을 거쳐 VTK와 산업용지 '전대 계약'(Sublease Contract) 체결 후 대금을 납부한다. 베트남은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토지 소유권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업 시행자는 정부와 임대차계약을 해 사용권만 취득할 수 있다. 다시 입주 기업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LH에 따르면 총 58개 필지 가운데 1차 24개 필지의 20개가 분양 완료돼 분양률은 86.4%에 달했다. 2차 분양 15필지는 분양 공고 중이다. 3차 분양 18필지(44헥타르(ha))에는 임대형 공장과 창고 위주로 유치하고 있다.

클린산업단지의 최대 장점은 토지권리 확보와 50년간 LH의 관리·운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이다. 한국의 계룡건설과 베트남의 비나코넥스이 공동 시공한다. 편의시설도 입주한다. 산업단지 내 관리사무동은 2024년 9월 문을 열 예정. 은행과 회의실, 중앙조리실, 한식당 등을 갖춘다. 추가로 부지 내 통합데이터센터 설치와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입주기업 편의를 위해 다양한 지원시설과 프로그램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클린산업단지 공사 현장에 있는 VTK 사무실. /사진=LH제공

베트남 최초로 단지 내 '마스터 키친'(Master Kitchen)과 '마이크로 데이터 센터'(Micro Data Center)도 구비한다. 마스터 키친은 개별 직원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양질의 단체급식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마이크로 데이터 센터는 통합 전산을 운영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LH는 흥옌성을 비롯해 박닌성·하이즈엉성·타이빙성·타잉화성 등 베트남 북부 지방성과 한-베 정부간 도시·인프라 개발협력을 위한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H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베트남 진출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베트남 지방성과 산업단지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공공인프라의 정책 수립부터 도시개발까지 포괄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하노이(베트남)=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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