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강의 기적' 꿈꾸는 베트남 건설시장

하노이(베트남)=신유진 2023. 10. 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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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빛난 'K-건설' : 베트남 하노이(1)] K-건설, 단순 시공 넘어 '디벨로퍼' 영역 확장

[편집자주]베트남은 국내 기업에 일찍이 기회의 땅으로 불렸다.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전부터 국내 건설업체들은 베트남 진출을 도모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1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대우건설 지사를 설립했고 이후 국내 회사들의 베트남 진출이 이뤄졌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 건설업체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스스로 사업주체가 되고 있다. 베트남 법인 설립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영향력도 커졌다.

베트남 하노이의 야경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제2의 '한강의 기적' 꿈꾸는 베트남 건설시장
(2) [르포] 하노이 '서호의 기적'… K-스마트시티, VIP 투자자 홀렸다
(3) [인터뷰] 안국진 대우건설 베트남 법인장 "공동의 이익이 최고 가치"
(4) [르포] 베트남 최초 '한국 산업단지'… "일본 산단 뛰어넘겠다"
(5) [인터뷰] 한종덕 LH 베트남 법인장 "국내 기업에 기회의 토대"
(6) [르포] 롯데건설, 하노이의 잠실에 '아시아 쇼핑 1번가' 세웠다
(7) [인터뷰] 이승환 하노이 롯데몰 현장소장 "무사고·무재해 달성"
[하노이(베트남)=신유진 기자] 국내 건설업체가 베트남 건설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0년대. 중동과 함께 일찍이 길을 열어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건설업체 대부분이 베트남에 자리를 잡고 법인을 세웠다. 괄목할만한 성과는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이 베트남에서 과거의 단순 시공 방식을 넘어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중국 '베트남 공장'


'부동산'과 '교통'은 베트남 4대 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5~2020년 베트남 부동산시장은 연평균 13.5%씩 고속성장했다. 최근 베트남 부동산시장에선 주택과 공장, 의료·교육시설, 쇼핑 복합건물 건설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업체의 해외 법인들도 생산 라인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 도시 하노이와 호찌민은 북부와 남부를 경계로 해 나뉘어 있다. 베트남에서 건설사업을 영위하려면 통상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첫 번째는 시공 전 단계로 토지·투자 허가의 획득이다. 두 번째는 투자증명서 획득과 현장 조사, 세부 설계 작성, 건설허가, 시공 등이다. 마지막으로 건설이 완공된 후 사용 개시를 한다.

기업은 정부기관에 준공 서류를 인계하고 시설 운영을 개시할 수 있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내 여러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토지사용권을 획득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중간에 사업이 취소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디벨로퍼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


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 조성한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한국형 신도시 건설사업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3분의 2 면적인 약 186만6000㎡ 대지에 아파트와 교육·행정기관을 아우르는 복합 신도시를 조성한다. /사진=신유진 기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는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이다. 그동안 민간 건설 프로젝트에 집중하던 기업들이 산업단지와 인프라 등을 조성하는 산업 건설에 진출한 경우가 많아진 이유는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OTRA의 '2023 베트남 건설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산업 건설의 경우 민간 대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쉽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 사업 진행 기간이 짧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통해 재정 자원도 확보할 수 있다. KOTRA 관계자는 "산업 건설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없고 세분화된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 건설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대형 건설업체들이 진입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대우건설의 개발 프로젝트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는 한국형 신도시 건설사업으로 여의도 3분의 2 면적인 약 186만6000㎡ 대지에 아파트와 교육·행정 서비스를 아우르는 복합 신도시를 조성한다. 대우건설은 기획과 토지보상-인·허가-자금 조달-시공-분양-관리·운영의 전 과정을 주도했다. 한국형 신도시 개발사업의 대표 성공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주거·업무시설, 정부기관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총 사업비 31억달러를 투자했다.

2006년 스타레이크시티 사업 지분 100%를 보유한 베트남법인 THT 디벨롭먼트(THT Development Company)를 설립해 2010년 토지보상에 착수했다. 이후 2014년 1단계 인프라 공사에 착공, 2016년 1차 빌라 분양에 성공했다. 현재 잔여 부지의 토지보상과 인프라 공사를 진행하고 2단계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동남아 경제 허브 '투티엠'에 한국 기업들 진출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에서 7번째)이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왼쪽에서 6번째) 등 관계자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열었다. /사진=뉴스1(롯데그룹 제공)

롯데건설은 호찌민시에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대형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투티엠지구는 호찌민시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베트남 경제 허브로 개발을 진행하는 지역이다.
롯데건설의 프로젝트는 호찌민시 투티엠지구 5만㎡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0층 쇼핑몰과 호텔·서비스드레지던스·아파트로 구성된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면적 약 68만㎡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의 1.5배 규모다. 총 사업비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착공식은 올 8월 진행돼 내년 3분기 실제 착공이 이뤄질 예정이다.


높은 사업성에 전문건설업체도 베팅


지난 9월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호찌민 개발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한 후 GS건설 최고경영진과 베트남 호찌민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왼쪽 4번째),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왼쪽 5번째), 판 반 마이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왼쪽 6번째), 레 티 현 마이 호찌민 기획투자국 국장(왼쪽 7번째). /사진=뉴스1

GS건설도 디벨로퍼 사업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9월24일 GS건설 최고경영진은 방한한 판 반 마이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시장)과 만나 개발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GS건설이 베트남에서 중점을 둔 사업은 건물·교통 건설과 공공서비스 등이다.

현재 GS건설이 진행하는 베트남의 주요 프로젝트는 호찌민시 냐베 신도시 개발사업과 롱빈 신도시 개발사업, 투티엠 주택개발사업 등이다. 냐베 지역 내 350만㎡ 부지에 한국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GS 메트로 시티 냐베'가 건설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베트남 디벨로퍼 사업의 기대 수익이 높아 종합건설업체뿐 아니라 건설 이력이 적은 전문건설업체들도 부동산개발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베트남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경제구조 다변화를 목표로 민·관 협력(PPP) 사업 기반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건설업체와 베트남 정부기관이 지속해서 협력하고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베트남)=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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