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벼룩시장 오너 주원석, 피치밸리 매각 500억 ‘잭팟’
2000년 20억 출자이후 줄곧 1인 소유
배당수입도 쏠쏠…5차례 걸쳐 총 80억
홀딩스, 알바천국 700억 배당재원 인수
2022년, 정보미디어 중견그룹 미디어윌(MEDIAWILL) 소속의 미디어윌네트웍스는 중간배당으로 700억원을 풀었다. 유명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포털 ‘알바천국’을 운영하는 업체다. 미디어윌 계열 편입 이후 15년만의 첫 배당이다. 규모도 어마무시하다. 그간 벌어 차곡차곡 쟁여놓은 이익잉여금의 90%를 넘는다. 전액 지주사 미디어윌홀딩스가 가져갔다.
타이밍 공교롭다. 때마침 창업주 주원석(65) 회장이 오롯이 개인 소유였던 계열사 지분을 전량 홀딩스에 매각했다. 대가로 500억원 가까운 ‘캐시’를 손에 쥐었다. ‘[거버넌스워치] 미디어윌 ②편’에서 상세히 얘기한 홀딩스, ㈜미디어윌과 더불어 주 회장의 1인 회사이자 ‘돈줄’이었던 곳이 바로 ‘피치밸리(PEACH VALLEY)’다.
개인회사 피치밸리 쉼 없는 사업 확장
피치밸리는 1995년 5월 설립된 동보씨앤씨(C&C)가 전신(前身)이다, HP 프린터용 잉크․토너 총판사업을 하던 곳이다. 미디어윌 계열로 편입된 것은 2000년 11월이다. 동보C&C 인수 뒤 ‘피치밸리’란 이름으로 자본금 20억원에 법인이 다시 만들어진 게 이 때다.
허투루 볼 곳이 아니다. 계열 편입 이후 쉼 없이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HP 전산용품뿐만 아니라 프린터․복합기, 엡손(Epson) 복합기․프린터, 벤큐(BenQ) LCD모니터 등의 한국 총판을 맡고 있는 IT 기기 전문 유통업체로 탈바꿈한 상태다.
뿐만 아니다. 애플의 IT 기기 및 액세서리 매장 ‘윌리스(willy’s)’도 운영한다. 2011년 2월 이대점을 시작으로 전국 27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윌리스 온라인몰도 운영한다. 2018년부터는 카카오 캐릭터 유통사업도 벌이고 있다.
계열사도 2곳 있다. 2016년 12월 100% 출자를 통해 블루박스를 설립했다. 피치밸리의 윌리스와 별도로 애플 온라인 총판으로 지정된 사이트에 브랜드 운영 및 관련 세일즈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다. 2021년 7월에는 완전자회사 형태로 IT 기기 유통을 담당하는 더블유박스를 만들기도 했다.
알바천국 배당→홀딩스→오너 주원석
한데, 피치밸리의 원래 주인이 주 회장이다. 설립 당시 주 회장이 전액 출자, 줄곧 지분 100%를 소유했다. 즉, 홀딩스, ㈜미디어윌 말고도 1인 개인회사를 하나 더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대표 자리에만 앉지 않았을 뿐 지금껏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기도 하다.
작년 12월 주 회장이 피치밸리 지분을 전량 홀딩스에 매각했다. 대가로 받은 돈이 495억원(주당 12만4000원·액면 5000원)이다. 홀딩스로 유입된 미디어윌네트웍스의 중간배당 700억원 중 상당액이 주 회장의 피치밸리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참고로 홀딩스는 2007년 5월 미디어윌네트웍스 계열 편입 당시 지분 70%를 확보한 뒤 2009년 이후 90%를 소유했다. 이외 10%는 유성용 알바천국 창업자가 보유해왔다. 홀딩스는 작년에 이 지분도 전량 사들였다. 인수액이 140억원(주당 595만원·액면 5000원)이다.)
덩치 비해 수익성 떨어지는 게 흠
어찌됐든, 주 회장이 피치밸리 출자 20여년 만에 500억원에 가까운 ‘캐시’를 손에 쥐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피치밸리가 사업 확장을 통해 거침없는 성장성을 보여와서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재작년 피치밸리 계열 매출(연결기준)이 4830억원으로 홀딩스(2630억원), 미디어윌(1030억원) 계열을 압도했을 정도다. 작년에도 2개 자회사를 포함한 합산 매출이 4410억원에 이른다.
다만 매년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게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순이익의 경우 2020년 49억원(순이익률 1.26%)을 기록한 뒤 2021년 45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8억원가량에 머물렀다. 피치밸리 본체는 1억원 남짓 첫 적자를 냈다.
주 창업주는 최근 지분 매각 말고도 초창기에는 피치밸리 배당수입도 쏠쏠했다. 2001~2003년 10억~20억원씩 총 40억원을 챙겼다. 2005년에는 중간 20억원, 결산 20억원 총 40억원을 가져갔다. 도합 80억원이다. 이래저래 피치밸리를 통해 재미를 봤다. (▶ [거버넌스워치] 미디어윌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