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국 응원 '조작'으로 누가 어떤 이득을 봤을까?
이미 경기도 끝났는데…폭증한 중국 응원 클릭
정말 기분 좋게 이겼다. 우리 대표팀 축구는 짜임새가 있었다. 좀 과하긴 한데 한 축구 해설가는 FC바르셀로나 특유의 티키타카를 보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축구팀은 '소림 축구냐'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중국 '안방' 경기라 우려했던 심판의 판정도 대체로 공정하게 이뤄졌다. 어쨌든 우린 4강에 올랐고 일본과의 결승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그냥 끝나는 일 인줄 알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이슈화가 되고 있다. 다음 포털사이트에서의 중국 응원 클릭 폭증 때문이다. 한국 대 중국 축구 8강전이 열리자, 다음 스포츠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때 90%가 넘는 걸로 나왔다. 축구 경기도 이미 끝났는데 응원 클릭이 폭증한 것이다. 경기는 졌지만 응원이라도 받으라는 누군가의 '조롱'인지 아니면 뒤늦은 '격려'인지 몰라도 아무튼 웃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카카오는 자체 분석 결과 "클릭 응원 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2개의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에서 제공한 클릭 응원 그래프를 보면 경기가 끝난 자정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폭증 클릭은 2시간 이상 유지되다가 폭락했다. 마치 경기 전 몰리던 축구 관중이 경기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듯한 흐름이었다. 카카오는 이를 중대한 업무 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이 시작된 건 지난 2015년 3월. 네이버와 달리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이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응원 횟수 제한도 없다. 응원의 진정성이나 신빙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응원 아닌 응원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포털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월등히 높다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중국 응원 클릭 조작을 선거 여론 조작 의혹과 연결 지으려 한다.
곧바로 정부도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여론 왜곡·조작 방지 대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한 총리는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서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응원 조작을 과거 드루킹 사건과 연결 지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를 심각하게 봤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뉴스타파 보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줘 국민 충격이 정말 크다"며 "이를 방치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정 모두 중국 응원 조작을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철저히 대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공해'이다. 민의를 왜곡해 잘못된 정책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 조작이 선거 부정으로 이어지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게 바로 국기 문란이다. 1960년 이승만 정권 당시 자유당에 의해 대대적으로 행해진 부정 선거가 그랬다. 이 부정함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결국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하고 하와이로 망명해야 했다.
그럼 이번 중국 응원 조작으로 누가 어떤 이득을 봤을까? 수사가 곧 시작되니 밝혀질 일이지만 현재로선 이 자체만으로 뚜렷한 뭔가가 잡히지 않는다. 경기가 다 끝난 자정 무렵부터 시작된 중국 응원 폭증. 웃기는 일이다. 코미디와 같다. 응원 조작으로 '2대 0'이라는 우리의 값진 승리가 뒤집힐 일도 없다.
과거 식품회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클릭 이벤트를 했다가 누리꾼들의 역선택 장난으로 희화됐던 일도 있었다. 심한 장난이었다. 그래도 이를 시장 교란 행위로 몰지는 않았다. 이번 응원 조작이 중국 누리꾼들의 '화풀이'였는지, 아니면 국내 누리꾼들의 '야유' 또는 '조롱'이었는지 현재로선 모른다. 분명한 건 응원 조작을 아무리 하더라도 경기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다. 어이없이 웃기고 한편으론 기분이 나쁜 일이다.
2015년 3월부터 시작된 다음 스포츠 응원 클릭에서 이번과 비슷한 일은 언제나 벌어질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로그인 없는 응원 기능을 유지했으니, 누구든 맘만 먹으면 장난을 칠 수 있다. 일단 비로그인 응원 기능이면 신뢰가 떨어진다. 네이버처럼 로그인을 유지하더라도 횟수 제한 없이 클릭이 가능하다. 다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의 이번 조치가 결승을 앞둔 우리에게 큰일처럼 여겨지진 않는다. 우리 축구 대표팀을 진심으로 응원할 공간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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