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돌탑을 쌓은 뜻은

최중호 수필가 2023. 10.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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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보문 산길을 걷는다.

한동안 걷다가 돌탑 앞에 이르면 숨이 차 벤치에 앉아 잠깐 쉬어 간다.

오늘 따라 참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돌탑과 어우러져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누군가 사람의 통행이 뜸한 시간에 와 돌탑을 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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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호 수필가.

친구와 함께 보문 산길을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산행 후 점심 식사를 같이한다. 산행길은 나무 그늘이 많아 뜨거운 여름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걷기에 좋다. 한동안 걷다가 돌탑 앞에 이르면 숨이 차 벤치에 앉아 잠깐 쉬어 간다.

심심하던 차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봤다. "잘 있다." 고 한다.

잠시 후, 벤치 앞에 있는 돌탑을 바라봤다. 누가 쌓았는지 산에 있는 돌들을 여기저기서 날라 와 공들여 쌓은 범종 모양의 탑이다. 탑 뒤로는 아름드리 참나무가 높게 자라 듬직하게 서 있다. 참나무 몇 가지는 우산을 펼친 것처럼 돌탑 위로 넓게 뻗어, 뜨거운 볕을 가려주고 비바람도 막아준다. 오늘 따라 참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돌탑과 어우러져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여기 돌탑도 지난번 태풍 때 탑의 윗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며칠 후에 와보니 누군가 무너진 부분을 다시 쌓아 올려놓은 게 아닌가. 공들여 쌓은 흔적이 보인다. 매일 이 길을 걷지만, 탑을 보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누군가 사람의 통행이 뜸한 시간에 와 돌탑을 쌓은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돌탑 옆 소나무 기둥엔 빗자루 하나가 기대고 서 있다. 누가 언제 쓸었는지 돌탑 주변은 항상 깨끗했다. 누군가는 돌탑을 지날 때마다 공손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지나간다.

돌탑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이 탑을 쌓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탑을 쌓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탑은 본래 부처의 유골이나 유품을 모신 후 공양하기 위해 쌓았으나, 요즈음은 공덕을 기리거나 치성을 드리기 위해 쌓기도 한다. 여기에 있는 돌탑은 '누가 쌓았을까?' 돌탑을 쌓은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내가 산행을 하는 이유는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다. 하지만 돌탑을 쌓은 사람은 나보다 먼저 이웃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아닐까?

오늘도 산행길 돌탑 앞 벤치에 앉아 돌탑을 쌓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최중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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