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4년 만에 나온 1심 판결"...법원의 선 넘은 늑장 재판

박소연 기자 2023. 10. 6. 06: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최근 10년간 민·형사 사건처리 기간 계속 늘며 국민 부담 가중…장동혁 "법원, 개선 방안 마련해야"

# A씨는 2010년 9월29일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법적수당 및 휴업수당, 미지급 퇴직금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12년이 지난 2022년 6월30일에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놨다. 원고가 A씨를 비롯해 1만61명에 이르고,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 쟁점이 첨예하단 이유에서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10년간 사건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모두 1심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난 10년 간 크게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 본안사건 1심을 처리하는 데 걸린 기간은 2013년 평균 4.5개월에서 2014년 4.3개월, 2015년 4.7개월, 2016년 4.8개월, 2017년 4.8개월, 2018년 4.9개월, 2019년 5.3개월, 2020년 5.5개월, 2021년 5.8개월, 2022년 5.9개월로 계속 늘었다.

이는 전체 민사사건의 경우이고,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로 좁히면 지난해 사건 처리 기간은 평균 420.1일로 전년(364.1일) 대비 56일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공판 1심 처리 기간 역시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평균 3.4개월에서 2014년 3.9개월, 2015년 3.9개월, 2016년 4.1개월, 2017년 4.2개월, 2018년 4.5개월, 2019년 4.8개월, 2020년 5.2개월, 2021년 5.9개월, 2022년 6개월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판결 지연 문제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종결된 민사 1심 재판 중엔 2010년 9월 접수된 후 최장 12년 걸린 사건도 있었다. 2022년 기준 사건처리 기간 상위 10건을 추린 결과, 2010년~2013년 접수돼 사건 처리에 약 3000~4000일이 걸린 사건들로 나타났다.

10건 중엔 근로를 제공하고 받지 못한 임금을 되돌려 받고자 하는 '임금 체불' 소송이 절반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계금, 양수금, 의료사고 관련 손해배상 등 민생 사건이 대부분으로 나타나, 판결 지연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동혁 의원실이 고용부를 통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최근 5년간 2회 이상 임금체불로 기소의견 송치된 사업장은 1만1371개로 나타났다. 20번 넘게 기소된 사업장도 7개이며 최대 38번 기소된 사업장도 있었다.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만연한데, 법원의 판결 지연으로 이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종결된 형사 1심 재판의 경우 1998년 5월 접수된 후 최장 24년이 걸린 사건도 있었다. 2022년 기준 사건처리 기간 상위 10건을 추린 결과, 1998년~2004년 접수된 사건으로 나타났다. 사건 처리에 6000~9000일이 걸린 것이다.

이들 10건 중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뺑소니,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등이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은 피의자를 찾지 못해 지연되다 공소시효가 끝나 자동 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이 재판에 불출석한 경우 피고인에 대한 소재확인 조치를 취하는데, 법원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흘러 뒤늦게 면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사진=뉴시스

사법부의 판결 지연이 날로 심각해지는 원인으로는 과거보다 높아진 사건 난이도와 부족한 판사 수가 거론된다. 나라별 인구 수를 고려한 2019년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한국이 464건으로 89건인 독일의 약 5배, 151건인 일본의 3배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분쟁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고자 하는데 판사의 수는 부족하단 것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사법 민주화를 명분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법원장을 투표로 뽑는 후보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판사보다 인기 관리하는 부장판사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도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적시에 사건을 처리할 유인이 줄어들어서다.

김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판결 지연이 가속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사법부가 재판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다.

장동혁 의원은 "재판 지연은 법원의 여러 문제가 누적된 결과로, 이로 인해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들어서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방치한 결과 극심한 재판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법원은 법관 증원을 운운하기 전에 재판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