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블랙리스트’, 金 ‘월단회·주식파킹’… 청문회서 여야 치열한 공방

문화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문화예술인지원 배제’ 관여 공방
野 “블랙리스트 부인은 위증” 공세
與 “野, 다짜고짜 몸통은 유인촌 주장
관련 고소 고발 전혀 없어” 적극 옹호
與, 이재명 언급에 野 반발로 정회
자녀 아파트 매입 ‘아빠찬스’ 추궁에
유 후보자 “증여세 다 납부” 반박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野 “월단회서 김 여사 인연” 의혹에
김 후보자 “언론·정당 등 40년 활동
어떻게 픽업했다 하나” 친분설 항변
주식의혹도 “위법사항 없다” 부인
위키트리 관련 코인 의혹도 제기

여야는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MB)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의혹에 유 후보자가 관여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유 후보자를 향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세를 이어 가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유 후보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전무했던 점을 들어 “다짜고짜 ‘유인촌이 몸통’이라고 하면 되느냐”고 맞섰다. 유 후보자 자녀의 아파트 매입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인사청문 난타전… 난감한 ‘유·행’ 5일 국회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왼쪽)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나란히 열렸다. 여야는 유 후보자가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김 후보자의 주식파킹 의혹, 적격성 여부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상배 선임기자, 뉴스1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의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해당 의혹은 MB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각각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일명 82인 명단)이라는 문건을 작성했고 여기에 당시 문체부 장관이던 유 후보자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반성 없는 태도와 발언이 상당히 유감”이라며 “부인하는 건 위증”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과거 장관 재직 당시에 문화계 인사 찍어내기를 그 누구보다 성실히 했다”(유정주 의원), “블랙리스트의 과거 인물을 재등용하는 윤석열정부의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들이 보고 있고 국민들이 심판할 것”(임오경 의원) 등 공격적 발언이 쏟아졌다.

여당은 유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해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고소나 고발이 전혀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승수 의원은 “(민주당이) 전혀 없는 사실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은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확인한 문건은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은 ‘국정원 원 트랙’으로 가동됐다고 결론짓고 있다”고 가세했다.

유 후보자는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제가 (문체부 장관으로) 일을 하고 있을 당시엔 그런 문건이 어디서 나오거나 발견된 적이 없었다”며 “(블랙리스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도 당시엔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야당의 ‘블랙리스트 공세’에 국민의힘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해 여야 갈등이 격화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지× 염×”이라고 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청문회가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유 후보자의 자녀 아파트 매입 과정도 거론됐다. 야당은 유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이 각각 31세, 27세였던 2015년에 서울 성동구 옥수동 소재 같은 단지 내 아파트를 담보대출 없이 매입한 점을 두고 “아빠 찬스를 쓴 것이냐”고 추궁했다. 유 후보자는 “제가 증여했다는 말씀을 (국회 제출자료에) 분명히 명기했다”며 “증여세도 다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유 후보자가 연기자로서 문화예술계에 오랜 기간 종사했고, 민주화 이후 최장수 문체부 장관으로 재임(2008∼2011년)한 점을 들어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유 후보자는 “세월이 변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 있어도 순수예술 쪽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농처럼 하는 이야기가, 연극 쪽에선 ‘항상 IMF다’ 라는 개념으로 지금도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과업”이라고 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행 ‘김건희 여사 배후설’ ‘주식파킹 의혹’ 충돌

5일 진행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사실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김 후보자가 문화예술계 인사들 모임, ‘월단회’ 자리에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알았고, 그 인연으로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언론과 정당과 정치권에서 거의 40년을 활동했는데 어떻게 (김건희) 여사가 저를 픽업해서 이 자리에 갖다 놨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김 여사 회사가 주관한 사진전에서 축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뒤늦게 참석했는데 사회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줘서 잠깐 얘기한 것뿐”이라며 “민주당 의원들도 다 와서 인사말을 했다고 그랬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직후 배우자가 소유하던 ‘위키트리(소셜뉴스)’ 주식을 시누이에게 잠시 맡겼다는 ‘주식 파킹’ 논란에 대해서는 “직계존비속 간 매매가 아니라 위법사항이 없지 않나. 통정매매는 인정할 수 없다. 명의신탁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회사의) 누적 적자가 12억원이 넘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위키트리는 김 후보자가 공동 창업한 매체다.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 위원장과 정경희 국민의힘 간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위키트리가 자극적인 제목 등으로 한국기자협회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과 ‘인권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지적에 대해서는 “부회장이(다 보니) 기사를 직접 안 보니까, 그렇다고 면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부끄럽고,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 “저도 부끄럽다”고 답했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김 후보자에 위키트리 관련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스팀잇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스팀달러(코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부인하자 문 의원은 “성공한 코인쟁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고, 김 후보자는 “저는 코인쟁이가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문 의원이 관련 질의 중 손가락으로 김 후보자를 가리키자 여당 의원들이 “삿대질하지 말라”고 쏘아붙이면서 여야 간에 거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문제 제기하자, 문 의원이 “어떻게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 하느냐, 정경희”라고 언성을 높였다. 곧 여야 의원들이 “반말하지 마세요”, “많이 컸다” 등 말을 보태 소란을 빚었다.

배민영·김현우·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