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심상찮은 바닥…윤석열·이재명이 사라진 ‘대리전’
국민의힘 김태우 흰색 유세복
민주 진교훈 이 대표 뺀 공보물
친분 마케팅 대신 지역 일꾼론
지난해 지방선거 풍경과 대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친윤석열·친이재명 마케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대 대선 직후 치러진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만 해도 여야 후보들이 각각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던 것과 대조된다. 두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호감’ 여론을 고려한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강서구 유권자들에게 보낸 10장짜리 선거 공보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석열 정부’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집권여당의 힘 있는 구청장’이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며 김 후보와 윤 대통령의 인연을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대신 흰색 유세용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흰색은 무소속을 상징한다. 국민의힘 내 ‘수도권 위기론’을 반영한 색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패배한 지난해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흰 점퍼를 입은 바 있다. 김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더불어민주당 상징색인 푸른 계열의 와이셔츠를 입거나, 남색 계열 혹은 빨간색과 남색 줄무늬가 섞인 넥타이를 맨 자신의 사진을 실었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 개시 하루 전날인 이날 ‘야당 심판’을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26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왔지만 전부 실패하면서 아파트값이 폭등했다”며 전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SNS에 “강서구청장 선거가 이재명 면죄부 선거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윤석열 정부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진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윤석열 정부에서의 퇴행과 독선, 국민의힘의 반칙 공천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며 “반칙으로 퇴장당한 선수가 다시 선수로 뛰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진 후보는 파란색 유세용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다만 진 후보의 공보물에도 이 대표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 대표가 진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는 사진이 공보물에 담겼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진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진짜 일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지역 현안이 아닌 중앙정치 의제를 언급하는 일은 되도록 삼가고 있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는 대선 직후 치러진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우세 지역인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격전지 수도권에서도 ‘윤심’ 경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우세 지역인 호남과 이 대표가 지사를 지냈던 경기도에서도 6·1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이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양당 후보들이 각각 ‘윤석열·이재명 마케팅’에 소극적인 이유는 두 사람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윤석열 대 이재명’의 선거로 만들어버렸지만, 후보 당사자들은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성격이 강한 구청장 선거 특성상 중앙당의 그런 전략을 따르기가 어렵다”며 “다만 국민의힘 공보물에서 윤 대통령 마케팅이 사라진 것은 민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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