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딸이 창립 멤버인 美 벤처캐피털에 잇단 투자... 미래에셋 눈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딸이 창립 멤버이자 파트너로 근무 중인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 GFT벤처스(Global Frontier Technology Ventures)에 미래에셋 계열사가 자금을 투자했다. GFT벤처스가 최근 결성을 완료한 1억4000만 달러(약 1890억 원) 규모의 첫 펀드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자한 것이다. 이 펀드에는 미래에셋 외에 네이버·SK하이닉스 등 대기업, 한국벤처투자 등 주요 투자사, KT 최고경영자 후보 3인에 들었던 차상균 전 서울대 교수 등 개인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이 박 회장 딸 회사와 관련해 투자를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GFT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에 수차례 투자했다. 미래에셋이 박 회장 딸 회사에 잇따라 투자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FT벤처스는 회사 설립 후 조성한 첫 펀드(Fund I)에 1억4000만 달러의 자금 유치를 최종 완료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목표(1억 달러)보다 많은 자금을 모집했다.
GFT벤처스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총괄했던 제프 허브스트와 삼성전자 산하 삼성벤처스 미국 법인에서 매니징 디렉터를 지낸 음재훈 대표가 2021년 공동 창업한 벤처 투자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회사가 있다. 현재 GFT벤처스엔 제프 허브스트·음재훈 공동 대표(매니징 파트너) 외에 파트너 두 명이 더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박 회장의 딸 박하민씨다.
박하민씨는 1989년생으로, 박 회장의 세 자녀 중 첫째다. 미국 코넬대 역사학과와 스탠퍼드대 MBA(경영대학원 석사) 졸업 후, 맥킨지앤컴퍼니·CBRE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법인·블랙스톤에서 금융 투자 경력을 쌓았다. 이후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드레이퍼벤처네트워크·퀘스트벤처파트너스 같은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맡았다. 이어 2021년 4월GFT벤처스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GFT벤처스는 2021년 3월 첫 펀드 자금 모집을 시작해 올해 4월까지 94곳의 투자자로부터 1억17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어 올해 8월 1억4000만 달러로 첫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박하민씨는 8월 서울을 방문해 음재훈 대표와 함께 한국 출자자(LP)들을 만나기도 했다. 음재훈 대표와 박하민씨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가 펀드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도 이 펀드에 전체 모집액의 10% 수준의 자금을 넣었다. 현재 미국 법인 공동 대표는 박 회장의 조카(형의 아들)인 토마스 박이다.
GFT벤처스는 주로 인공지능(AI)·데이터 사이언스 등 첨단 기술 분야 초기 기업 투자에 집중한다. 올해 8월까지 스타트업 10곳에 투자했다. 지난해 3월엔 GFT벤처스가 미래에셋 산하 벤처캐피털 미래에셋벤처투자, 자동차 부품 제조사 센트랄과 함께 자율주행 트럭을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 마스오토에 총 150억 원을 투자했다. 박하민씨의 남동생인 박준범씨가 지난해 4월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 블록체인 기업 피크먼트에도 GFT벤처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이 투자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 자녀들은 이미 미래에셋 계열사 지분을 상당량 확보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 중 하나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인데, 운용사 지분 34.30%를 가진 주요주주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박 회장 자녀들이 각각 8.19%씩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도 9.98% 보유하고 있다.
이번 펀드엔 자체 벤처캐피털 조직을 갖고 있는 4곳 이상 대기업이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산하 벤처캐피털(CVC) 출자금이 전체 펀드 자금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그중 한 곳이 SK하이닉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씨가 GFT벤처스 출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소속이었던 최민정씨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IT 박람회 ‘CES 2022′가 열릴 당시, GFT벤처스와 함께 ‘이노베이터스 나이트(혁신가의 밤이란 뜻)’란 기업설명회 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최민정씨는 중국 베이징대 졸업 후 2018년 중국 투자회사 훙이투자에서 기업 인수합병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