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금감원이 수정 지시했는데 몸값 그대로 들고 온 ‘바이오 대어’ 큐로셀

배동주 기자 2023. 10. 6.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 추진 큐로셀, 정정된 증권신고서 제출
금감원 “점유율 지나치게 긍정적” 지적 반영
당기순이익 줄였지만, 할인율 낮춰 공모가 밴드 유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은 2일 연기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바이오 대어(大漁)’로 꼽히는 몸값 4800억원의 큐로셀이 증권신고서 내 매출과 당기순이익 등 실적 전망치를 변경했다. 금융감독원의 수정·보완 요구에 따른 것으로, 특히 2026년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21% 하향 조정했다.

큐로셀은 앞서 상장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과 함께 2026년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현재가치로 끌어와 최대 4800억원을 웃도는 몸값을 산정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당기순이익 하향 조정에도 몸값은 그대로 유지해 ‘무늬만 정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은 오는 11월 중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 27일 금감원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13일 전량 신주로 160만주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하며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고 나선 지 약 13일 만이다.

구체적으로 큐로셀은 개발 신약의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을 2026년으로 잡고, 정정 신고서 내 매출 추정치를 114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첫 번째 증권신고서의 1314억원보다 13% 줄어든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전망치도 기존 664억원에서 525억원으로 21% 넘게 줄였다.

이 회사는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으로 2016년 출발했다. 혈액 내 면역세포(T세포)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CRC01′가 핵심 제품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혈액암 1위인 림프종 3차 치료제 시장 1위가 목표다.

증권신고서 심사를 맡은 금감원이 큐로셀과 상장 주관사 등과 가진 대면협의에서 실적 추정치 재산정을 요구한 게 증권신고서 내 실적 정정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시장 점유율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추정해 실적이 과다계상됐다는 구두 지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큐로셀은 금감원에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2026년 시장 점유율로 55%를 제시했다. CRC01 제품 임상 2상의 최종 결과가 확보되는 시점인 2024년 3분기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 2026년이면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을 가정해 추산했다.

2026년 매출 1314억원은 시장 점유율 55%가 근거였다. 현재 국내 림프종 3차 치료제로 쓰이는 CAR-T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유일한데, 2026년 시장 규모 전망치인 2268억원의 절반 이상을 큐로셀이, 남은 45%를 노바티스가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감원은 해당 부분을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경쟁 약 킴리아가 이미 장악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큐로셀의 CRC01이 허가 1년 만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면서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재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큐로셀과 상장 주관사는 금감원 지적을 곧장 반영했다. 대면협의 2일 만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내고 신고서 내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기존 55.1%에서 47.9%로 7.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점유율이 줄면서 매출은 1141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664억원에서 525억원으로 21% 줄었다.

다만 일각에선 무늬만 정정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55%에 달했던 CAR-T 치료제 CRC01의 점유율이 시장 점유율에 대한 할인율(13%) 적용으로 조정됐고, 이로 인해 실적도 하향 조정됐지만, 정작 첫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와 기업가치는 변함이 없어서다.

실제 큐로셀 상장 주관사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최초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2만9800~3만3500원 그대로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 역시 477억~536억원으로 변함이 없다. 예상 시가총액도 4330억~4871억원 수준으로 첫 번째 증권신고서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큐로셀 상장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큐로셀의 희망 공모가 범위 산정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을 택했다. 특히 2026년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현재가치로 끌어와 몸값을 산정했다. 당기순이익이 줄면 희망 공모가 범위가 줄고 몸값도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주관사는 금감원의 지적’만’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하락을 피해갔다. 실적을 보수적으로 추산하되 비교기업군에서 PER 배수가 높은 기업을 제해 적용 PER 배수를 기존 24.5배에서 22.2배로 낮췄다. PER이 35.1배였던 한미약품을 비교기업에서 제외한 것이다.

할인율도 조정했다. 2026년의 당기순이익을 현재가치로 끌어오면서 적용한 25% 연 할인율을 20%로 낮춰버렸다. 그럼에도 주당 평가가액이 기존 5만원선에서 4만2500원까지 떨어지자 희망 공모가 밴드에 적용했던 할인율(최대치 기준)마저 기존 41.7%에서 29.9%까지 내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면서 “점유율과 실적이란 핵심 가정이 변경됐는데,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할인율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공모가 자체에 관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관사 측은 점유율 전망치와 실적 조정이 기업가치 자체를 훼손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내 첫 자체 개발 CAR-T 치료제로 임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것은 물론, 림프종 치료제 경쟁 약인 킴리아보다도 더 나은 치료 효과를 증명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시장에선 큐로셀이 잇따른 투자유치로 기업가치를 높여온 만큼 희망 공모가 하단 기준 4330억원인 기업가치만큼은 지키려 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큐로셀은 설립 2년 뒤인 2019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며 현재까지 총 1064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88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지난 3월에만 4300억원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MM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이 전환사채 투자에 참여했고, 해당 CB의 전환가액만도 3만7250원으로 책정됐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보다 높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큐로셀은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킴리아와 동일한 3억6000만원 약가를 택했지만, 치료 효과는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킴리아와의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로 큐로셀의 상장 일정은 일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이달 18일부터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일로 2일 미뤄졌다. 26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30일 공모가액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청약은 31일부터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