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가역적인 탈통신

이정일 2023. 10.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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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금광인지 폐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이상 통신에 의존하지 않고 AI 융합 기술로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이 탈통신의 지향점을 'AI 컴퍼니'로 삼았다면 KT는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를 조준한다.

결국 탈통신은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필연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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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인공지능(AI)이 금광인지 폐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끝까지 파봐야 안다. 누가 곡괭이를 힘껏 쥐고 있느냐, 그 절박함에서 승패가 갈린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시작한다는 것은 끝장을 보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SK텔레콤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와 같은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금광을 캐러 가는 사람들에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겠다.” 꽤나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은 AI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더 이상 통신에 의존하지 않고 AI 융합 기술로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이른바 ‘탈통신’이다.

탈통신은 사실 이통 업계에 해묵은 과제다. 일찍이 2010년 무렵 화두로 떠올랐다. 오해하지 마시라. 탈통신이 ‘통신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신‘만’해서는 성장할 수 없으니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이 탈통신의 지향점을 ‘AI 컴퍼니’로 삼았다면 KT는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를 조준한다. 김영섭 KT 대표의 말을 빌리면 “혁신적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디지코”이며 “KT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여기에는 AI와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반면 LG유플러스의 탈통신은 ‘U+ 3.0’으로 압축된다.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면 U+3.0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황현식 대표의 발언은 LG유플러스가 통신망이 아닌 플랫폼에 방점을 찍었음을 뜻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AI와 데이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는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 출발해야 한다”는 탈통신의 기본 전제다.

이처럼 다른 듯 닮은 저마다의 탈통신은 그 출발점이 선명하게 일치한다. 우선 통신 시장이 오랜 기간 성장 정체에 갇혀 있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607만여명(7월 기준)으로 인구(5137만명) 대비 포화상태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SK텔레콤 9.3%, KT 6.6%, LG유플러스 7.8%로 미국 버라이즌(24.2%), AT&T(24.4%)보다 턱없이 낮다.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시총도 SK텔레콤(11조)은 네이버(33조)와 카카오(19조)에 뒤처진다.

탈통신은 정부 규제와도 무관치 않다. 국민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이통사들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이통3사 대표 간담회에서 “과점체제로 운영돼 ‘이권 카르텔’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일침을 남긴 것도 이통사로서는 뼈아프다.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빌려 쓰는 한 이통사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탈통신은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필연적인 선택이다. 다만 그 선택을 얼마나 확고하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SK텔레콤은 이통 1위 사업자로서 누려온 지위에서 벗어나 과감한 피벗(사업방향 전환)을 할 수 있을까. KT는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CEO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서 탈통신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인가. LG유플러스는 타성에 젖은 조직문화를 무엇으로 쇄신해서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인가.

저마다 다른 처지이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탈통신은 이제 비가역적이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앞으로 통신이 걸어갈 길이다.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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