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구 무실점인데…왜 바꿨어?" 류현진 PS 등판 기회 날린 악수, 상대팀도 이해 못했다
[OSEN=이상학 기자]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투수를 대체 왜 바꿨을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보기 드문 ‘퀵후크’가 뒷말을 낳고 있다. 토론토 선수들은 깜짝 놀랐고, 상대팀에서도 의문을 나타내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토론토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카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2차전에서 0-2로 패했다. 1차전 1-3 패배에 이어 2차전도 타선이 침묵하면서 시리즈 전적 2연패로 가을야구 ‘광탈’이 확정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됐지만 디비전시리즈 진출시 선발등판을 준비하던 류현진의 가을야구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공 하나 던지지 못한 류현진을 비롯해 토론토 선수들 전체가 단 2경기로 짧게 끝난 가을야구에 꽤 충격받은 분위기.
토론토의 패인은 2경기에서 총 1득점에 그친 타선 침묵이지만 2차전이 끝난 뒤 투수 교체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날 토론토는 3회까지 실점 없이 막던 선발투수 호세 베리오스가 4회 첫 타자 루이스 로이스에게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기쿠치 유세이로 교체됐다. 베리오스의 투구수가 47개밖에 되지 않았고, 삼진 5개를 잡을 정도로 구위도 좋았다. 싱커의 평균 구속이 95.3마일(153.4km)로 시즌 때보다 1.5마일(2.4km) 더 빠를 정도로 공에 힘이 넘쳤는데 퀵후크가 이뤄졌다.
에이스급 투수를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건 아무리 가을야구라도 파격적이다. 결과적으로도 실패했다. 깜짝 등판한 기쿠치는 안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쌓은 뒤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결승 적시타를 맞았다. 베리오스는 3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예상을 벗어난 파격적인 투수 교체가 실패로 돌아갔으니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에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슈나이더 감독은 “우리가 몇 가지 준비한 플랜이 있었다. 베리오스도 알고 있었다. 그를 교체하는 게 어려웠지만 팀 구성상 선수단 전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3전2선승제 단기전에서는 모든 선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교체 후 2점을 내줬으니 잘 안 풀렸다. 예측하기 어려운 게 야구”라며 “이기지 못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과 의견을 이해한다”는 말로 비판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MLB.com’은 ‘이 결정은 슈나이더 감독 혼자 내린 것이 아니다. 경기를 패한 뒤 밝은 조명 아래에서 결정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슈나이더 감독이지만 이 같은 전략 문제는 코치진과 프런트 오피스를 포함해 훨씬 더 큰 그룹에 의해 결정된다’며 구단 윗선에서 개입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투수 교체 과정을 본 토론토 선수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사자인 베리오스는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당혹스러워하며 “첫 12명의 타자를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초구부터 마지막 공까지 최선을 다해 던졌다”고 말하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선수들 모두 그 결정에 놀랐다. 모두가 놀랐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루수 위트 메리필드는 “솔직히 싫었다. 그것 때문에 경기를 패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에게서 벗어난 종류의 결정이었다”며 프런트 윗선의 개입을 암시했다.
심지어 상대팀 미네소타에서도 이 교체를 두고 의아함을 나타냈다. 미네소타 내야수 카일 파머는 “나라면 베리오스를 계속 남겨뒀을 것이다. 그는 아주 잘 던지고 있었다. 슬라이더도, 패스트볼도 좋았다. 우리를 아웃 처리하고 있었다”며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1~3회 베리오스가 안타를 하나씩 맞긴 했지만 전부 하드히트가 아니었다.
캐나다 ‘스포츠넷’은 ‘토론토 프런트가 불과 2년 전 7년 1억3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베리오스에 대한 신뢰 부족이 충격적적다. (좌타자) 맥스 케플러, 알렉스 키릴로프를 두 번 상대할 수 없게 할 만큼 베리오스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다른 선수에게 그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다’며서 ‘타당한 결정이든 아니든 선수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선수단과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유격수 보 비셋은 “우리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졌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모두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반성을 해야 한다”며 선수단과 구단 전체의 각성을 촉구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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