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돌알만 골라내라”…다르다고 다 골라내면 밥은 언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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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알만 골라내라."
어느 날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동글동글한 쌀알들이 평화롭게 모여 사는 세상이 술렁인다.
겉모습이 다른 돌알은 순식간에 '불량'으로 찍혀 쫓겨나지만 쌀알 세상에 생긴 균열은 이제 시작이다.
'나도 쫓겨날 수 있다'고 불안에 떠는 쌀알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이 책 곳곳에서 생생하게 묘사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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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
쌀알 돌알
벼레 지음 l 사계절 l 1만4000원
“돌알만 골라내라.”
어느 날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동글동글한 쌀알들이 평화롭게 모여 사는 세상이 술렁인다. 겉모습이 다른 돌알은 순식간에 ‘불량’으로 찍혀 쫓겨나지만 쌀알 세상에 생긴 균열은 이제 시작이다. “두고 보자! 너희 중엔 불량이 없을 것 같냐!” 돌알이 남긴 질문은 잔잔한 물 위에 돌멩이를 하나 던진 것처럼 파문이 인다. 별다른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은 서로를 불량으로 의심하게 한다. 구성원 모두 자신이 다음 ‘불량 쌀알’로 찍힐까 두려움에 떨며 ‘정상 쌀알’을 증명하려 애쓰는 소동이 벌어진다.
조금 다르다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차별하는 게 결국은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는 묵직하다. 그러면서도 다음 장면이 궁금해 책장을 서둘러 넘기게 된다. ‘나도 쫓겨날 수 있다’고 불안에 떠는 쌀알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이 책 곳곳에서 생생하게 묘사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쌀알 하나하나마다 개성 있는 표정을 불어넣은 것에 더해 쌀알 세상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묵은쌀의 냄새를 제거하는 데 쓰는 식초와 다시마를 쌀알 ‘가마솥탕’의 입욕제로, 도정기는 쌀 이발소로, 쌀을 보관하는 항아리는 쌀독 아파트로 표현하는 식이다.
밥을 지으려면 돌알을 골라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주치 않고 정상과 불량이라는 모호한 잣대를 모두에게 적용하는 순간, 쌀알들이 가마솥탕과 이발소에서 몸을 아무리 다듬어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크기가 작은 쌀알, 표면이 울퉁불퉁한 쌀알 등 모양이 달라도 맛있는 밥이 될 수 있는 쌀알도 불량으로 쫓긴다. ‘불량과의 전쟁’이라는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모습에 ‘웃프다’(웃긴데 슬프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소동을 따라가다 보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며 접하게 될 ‘중요한 질문들’을 자연스레 마주하게 된다.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 막연한 편견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다르다는 기준은 누가 만들까?
책 막바지 할머니가 툭 던지는 말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작가의 답으로 읽힌다. “돌만 몇 개 골라내랬더니 이게 무슨 일인겨!” “괜찮여~ 괜찮여~ 할매가 맛난 밥 해 줄 겨.”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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