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 기억나지 않네요, 사과가 아주 작을 때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점점 책 종이가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작은 사과알들을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인들이 추린 허수경 시선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문학과지성사)에서.
김리윤·김소형·김연덕·서윤후·조해주·최지은이 이 시를 꼽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 기억나지 않네요, 사과가 아주 작을 때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점점 책 종이가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작은 사과알들을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 책 종이가 물렁해져서 책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사과알들이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활자도 사과알을 따라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은 물렁해졌고 물처럼 흐르려고 했어요, 물처럼 흐르는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사과알이 흐르는 책을 여름 내내 읽고 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알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 나무가 책의 물 회오리로 들어왔습니다, 집과 새와 구름이 들어왔습니다, 해가 그리고 내 위의 하늘조각도……, 책은 무거워지고 더 거세게 흐르고, 여름 내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도 구름도 해도 하늘조각도 사라지는 자리에서
젊은 시인들이 추린 허수경 시선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문학과지성사)에서. 김리윤·김소형·김연덕·서윤후·조해주·최지은이 이 시를 꼽았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제2의 드루킹?…‘클릭 응원’과 ‘뉴스 댓글’ 구별도 못하는 여권
- 김행, 국힘 “나갑시다”에 청문회 자리 박차고 나가 ‘행방불명’
- [단독] 주식백지신탁 소송 11명…5명 ‘시간 끌기’로 임기 마쳐
- 국토부 ‘김건희 일가 특혜’ 양평도로 여론전…“경제성 0.1p 높다”
- 유인촌, ‘임명 반대’ 문화예술인에 “행동가들”…갈라치기 발언
- [단독] 국토부, 건설노조 ‘월례비·노조전임비 몰수’ 시도하다 ‘실패’
- 가상 아이돌, 콘서트는 기본…쇼호스트에 팬과 영상통화까지
-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노벨문학상 수상 욘 포세 누구?
- [단독] ‘9·19 군사합의’ 긍정한 여론조사 공개 안 한 민주평통
- 중국, 육상선수 1·2위 껴안은 사진 삭제…‘6·4’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