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이 쌀을 애용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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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는 그동안 농정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으로 10년 전인 2012년 69.8㎏에 비해 1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쌀 소비량 102.4㎏에서 반토막 수준이 되는 것이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국민에게 쌀 소비를 권유하고 호소하는 것' '국민의 입맛을 바꾸는 것'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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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는 그동안 농정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앞으로도 국가적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으로 10년 전인 2012년 69.8㎏에 비해 1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연 2%가량 감소한 셈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4년 후 1인당 쌀 소비량은 50㎏ 선으로 떨어지게 된다. 1997년 쌀 소비량 102.4㎏에서 반토막 수준이 되는 것이다.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필자는 이런 상황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흰쌀밥 도시락을 가져오는지 검사했다. 과거엔 쌀이 모자라 국민에게 잡곡밥을 권장하며 쌀 소비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쌀 소비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소비 증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쌀 생산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쌀 소비는 줄면서 공급 부족에서 수요 부족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급을 줄이든가 아니면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쌀 생산을 조절하면서 수요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요를 어떻게 늘릴 수 있느냐가 문제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국민에게 쌀 소비를 권유하고 호소하는 것’ ‘국민의 입맛을 바꾸는 것’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그동안 많이 사용해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쌀 소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탄수화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쌀이 마치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두번째 방법, 즉 국민의 입맛을 바꾸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입맛은 왜 바뀌었을까. 소득이 오르고 소비 대체재도 많아지면서 쌀에 대한 수요가 줄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밥맛이 저하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은 외식이 확대돼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식당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식당에서 제공하는 밥은 맛이 아쉬운 경우가 많다. 기술의 발달로 전기압력밥솥 등 조리기기는 좋아졌지만 밥맛을 살리는 데 부족함이 느껴진다.
일본을 보면 백화점 식품 판매대에서 다양한 밥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본에 있을 때 저녁 일정이 없으면 백화점에서 밥을 사 와 호텔 방에서 김치와 함께 먹곤 한다. 밥이 맛있으면 김치만 있어도 아주 즐거운 식사가 된다. 국민의 입맛을 쌀로 돌리려면 밥이 맛있어야 한다. 쌀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쌀 조리 방법을 개선하고 외식서비스에서 밥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방법은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쌀 상품을 개발해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에 맞는 쌀 가공품 개발에는 기업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즉석밥을 개발해 젊은층의 쌀 소비를 일부 늘릴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기업은 수요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제품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혁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 수요에 부응하는 품질 혁신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기업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공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쌀산업이 진흥하며 농민의 소득 증대로까지 이어지는 ‘식품산업과 농업의 동반성장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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