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무도 웃지 못한 물가정책

하지혜 2023. 10. 6.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추석이 지났다.

정부는 하반기 정책 역시 물가 대응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평소에도 수시로 꺼내드는 할당관세 카드는 농가들이 고질병처럼 앓는 정책이 된 지 오래다.

물가정책에 웃지 못한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났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여느 때보다 팍팍한 명절이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동안 ‘민생’을 키워드로 공개 행보를 펼쳤다. 정부는 하반기 정책 역시 물가 대응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밥상물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농업계에선 달갑지 않은 주제다. 월급 빼고 오르지 않은 게 없다는데 유독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예민한 시선이 꽂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추석 밥상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8월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을 공급한다고 홍보했다. 여기에는 할당관세·저율관세할당(TRQ)을 통한 수입 농축산물 공급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양파·돼지고기·닭고기뿐 아니라 수입 과일도 그 대상이었다. 9월 중순엔 당초 계획한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 1만5000t 외에 1만5000t을 추가 도입한다고 통보했다. 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영농자재비·사료비·인건비 등 생산비가 훌쩍 오른 데다 이상기후로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들에선 여지없이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평소에도 수시로 꺼내드는 할당관세 카드는 농가들이 고질병처럼 앓는 정책이 된 지 오래다.

물가정책에 웃지 못한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으로 성수품 소비자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다는 여론이 연일 쏟아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9월25일 추석 성수품 물가동향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가가 높았던 지난해 가격과의 비교,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한 할인 지원 등으론 정책 실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만 재차 제기됐다.

물가와 민생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농업계의 희생을 수반하고도 소비자에게 와닿지 못한 물가정책이라면 변화가 요구된다. 뾰족한 방안을 찾을 수 없다면 물가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위한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면 범부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실상 이런 사안의 고삐를 쥐고 있는 건 농정당국이 아닌 재정당국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농가소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다던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 역시 재정당국에 가로막혀 답보 상태라는 얘기가 들린다. 민생은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를 아우르는 말이다. 정부는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 안정에 농민의 생계도 포함돼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해보길 바란다.

하지혜 정경부 차장 hybrid@nongmin.com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