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희곡과 산문…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 부여했다

정서린 2023. 10.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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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은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의 품에 안겼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1000회 이상 오르며 그를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 자리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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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문학상에 ‘21세기 사뮈엘 베케트’ 욘 포세
언어 리듬감·침묵의 메시지 특징
노르웨이 작가로는 네 번째 수상
입센 다음 가장 많은 작품 상연
“압도됐고 겁이 난다” 소감 밝혀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욘 포세는 고국인 노르웨이를 넘어 북유럽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현대인의 사랑과 고독, 절망 등을 최소한의 인물과 리듬감 있는 시적 언어, 침묵이 섞인 희곡, 소설 등으로 풀어내며 ‘제2의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은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극장에서 포즈를 취한 포세의 모습. 오슬로 EPA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은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의 품에 안겼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그를 호명하며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세는 “나는 압도됐고 겁이 나기도 한다”면서 “이 상은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이라고 본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노르웨이 작가로는 네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포세는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작가로 희곡의 거장 베케트, 헨리크 입센에 비견돼 왔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1000회 이상 오르며 그를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 자리에 올려놓았다.

희곡뿐 아니라 소설과 시,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전방위로 넘나든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돼 각국 독자들에게 읽혔다.

노르웨이의 언어와 자연에 뿌리를 둔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를 배제한 미니멀리즘의 구성과 언어의 소리, 리듬이 강하게 드러나는 문체, 침묵의 메시지를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일상 속 생존 투쟁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들의 비극과 불안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어 왔다. 윤시향 원광대 독문학과 명예교수는 “포세는 일상의 언어를 그대로 쓰고 주제 역시 평범하지만 반복되는 시적 언어를 통한 울림, 삶의 원형을 드러내는 글쓰기로 인간의 보편성을 깊이 탐구해 왔다”고 평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은 국내에도 적지 않게 번역 출간돼 있다. 소설 ‘3부작’(새움)은 침묵과 운문이 가진 특유의 힘을 잘 보여 준다. 새움 제공

포세의 대표작 ‘3부작’을 번역하고 작가와 직접 통화도 해온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작품을 빨리, 쉽게 쓰지만 잘 읽히는 포세는 사회적인 이슈 대신 일상적 사건으로 이야기를 크게 확장해 간다”며 “한림원도 문학의 본령인 필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에르피오르에서 자라난 그는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이후 ‘보트하우스’, ‘멜랑콜리 I, II’, ‘납 그리고 물’ 등을 펴냈다. 유럽 난민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성을 드러낸 ‘잠 못 드는 사람들’과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묶은 ‘3부작’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선보인 이후 ‘누군가 올 거야’, ‘기타맨’, ‘나는 바람이다’ 등 40여편의 희곡을 잇달아 발표했다.

왕성한 글쓰기로 그는 1998년과 2003년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 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 문학상, 1999년 스웨덴 한림원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소설에 수여하는 도블로우그상, 2007년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2010년 국제 입센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2005년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은 국내에도 적지 않게 번역 출간돼 있다.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은 침묵과 운문이 가진 특유의 힘을 잘 보여 준다. 문학동네 제공

포세의 작품은 국내에도 다수 출간돼 있어 ‘노벨상 특수’를 누릴지 관심이 모인다.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새움) 등이 번역돼 있다. 이달 20일쯤에는 ‘멜랑콜리아 I-II’ 합본판(민음사)도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5000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정서린·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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