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트럼프의 입...“절도범에 즉시 총격” “합참의장 죽어 마땅”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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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언론들도 점점 둔감해져”
AP “트럼프 발언, 푸틴·김정은 등 독재정권 통치와 유사”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AP 등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원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유명했지만 최근 들어선 그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가 정계에 입문한 지 8년이 지나면서 (그의 거친 발언에 대해) 언론들도 둔감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제는 트럼프의 폭력적 언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 시각)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재산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한 민사재판에 출석한 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범죄 대응 문제와 관련 “우리는 모든 약탈과 절도 행위를 즉각 중단시킬 것”이라며 “아주 간단히 말해 상점을 털면 그 상점을 떠날 때 총에 맞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절도, 파괴, 나라를 망치는 것에 대해서는 보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청중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자 트럼프는 강조하기 위해 “발사(shot)!”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WP는 “애너하임 연설은 트럼프가 발언을 점점 더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트럼프의 ‘초법 살인’ 발언은 지역 언론에선 보도됐지만 전국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주 전에는 재임 시절 자신을 보좌했던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에 대해서도 과거 같았으면 사형을 당했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앞서 밀리 의장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중국 측에 두 차례에 걸쳐 ‘비밀 전화’를 걸어 “(미국이) 공격할 경우 (중국에)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 WP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책에서 공개됐었다. 이를 두고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글에서 “이런 끔찍한 행위는 옛날 같으면 죽어 마땅했다(deserved death)”고 했다.

지난 4월 트럼프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이 자신을 기소하자 “잠재적인 죽음과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었다. 지난 2일 자신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뉴욕주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을 상대로 “그를 노리라”며 이른바 ‘좌표’를 찍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에 대한 보도 불만을 이유로 NBC 방송과 MSNBC를 ‘국가를 위협하는 반역’이라고 하면서 당선시 이들 매체의 방송 전파 접근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독재 정권의 특징인 강경 통치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며 “절도범에 대한 총격 발언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브라이언 클라스 교수는 WP에 “트럼프의 ‘폭력 암시’ 발언이 너무 일상화돼 언론의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며 “(트럼프의 막말은) 한때 충격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반복으로 인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WP는 “트럼프의 위협적인 수사는 그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의 (옹호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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