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좋은 쌀, 좋은 땅…고품질 사케 ‘비결’

박준하 2023. 10.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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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9) 일본, 땅과 쌀 그리고 술
100년 역사 타츠리키양조장
쌀의 왕 ‘야마다니시키’ 사용
재배 토양에 따라 술맛 달라
20년간 최적지 찾으려 연구
라벨서 토양 단면 확인 가능
마케팅 측면에서도 ‘성공적’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 있는 타츠리키 양조장의 사케. 뒤편으로 주재료인 양조용 쌀 ‘야마다니시키’가 자라는 토양 단면. 타츠리키 양조장은 토양을 20년간 분석한 끝에 사케에 가장 적합한 토양을 알아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주류문화를 갖고 있다. 쌀로 술을 빚으며, 회식문화가 발달했고, 술을 사랑한다.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말 가운데 술을 마시면(Nomi) 대화가 잘 통한다(Communication)는 의미에서 ‘노미니케이션(Nomminication)’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본의 전통주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일본의 3대 사케 생산지 가운데 한곳인 효고현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니혼슈(일본술)’ 하면 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효고현 히메지시에 있는 100년 역사의 타츠리키 양조장은 쌀 그리고 쌀을 생산하는 땅에 유독 진심인 양조장이다.

“3대 사장 혼다 류우입니다.”

타츠리키 양조장 직원들은 명함부터 남다르다. 명함에 이곳 술뿐만 아니라 술에 들어가는 쌀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혼다 대표의 명함에는 전통 방식으로 쌀을 말리는 모습이, 영업과장인 기무라 모토키씨 명함에는 ‘야마다니시키’의 벼꽃 사진이 있다.

일본에선 이미 양조용 쌀이 대중화돼 있다. 효고현에선 ‘양조용 쌀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야마다니시키’ 품종을 으뜸으로 친다. ‘야마다니시키’는 늦게 익는 만생종으로 단백질이 적고 심백이 크다. ‘야마다니시키’ 가격은 일반 쌀에 비해 2배 비싸고, 고품질의 ‘야마다니시키’는 무려 5배나 비싸다. 이곳에서 쓰는 ‘야마다니시키’는 한해 120t. 이 중 30%는 계약재배된다. 일본의 신토불이 운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는 셈이다.

타츠리키 양조장은 원래 술을 파는 대리점으로 ‘혼다상점’이라고 불렸다. 성실히 일하던 혼다 가문을 눈여겨본 지역농민들이 술을 빚지 않겠느냐며 쌀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양조장을 시작했다.

수확한 벼는 도정과 정미를 모두 양조장에서 한다. 고급 사케의 경우 정미하는 데만 3∼4일 걸린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하겠지만 최적의 술맛을 내기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다.

고품질 ‘야마다니시키’가 자라는 재배지의 모습.

타츠리키 양조장의 사케가 특별한 이유는 쌀을 넘어, 쌀이 자라는 토양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1대인 혼다 타케요시 대표는 같은 ‘야마다니시키’도 토양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고 교토대학교와 무려 20년간 연구했다. 그는 계약재배를 하는 농지 중 특정 구역의 ‘야마다니시키’로 만든 술에서 감칠맛이 더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특A지구로 분류하고 대를 이어 고품질 벼가 생산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선 어디서든 벼가 잘 자랍니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토양에 대해선 생각을 안한 거죠. 품종 그다음 단계는 벼가 자라는 토양이라고 생각해 3대째 연구에 매달린 겁니다.”

타츠리키 양조장 3대 사장인 혼다 류우씨가 양조장 내부에 있는 정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쌀은 직접 도정·정미한다.

타츠리키 양조장은 이들 구역의 토양을 구분한 후 각 토양에서 생산된 쌀을 가공해 사케로 탄생시켰다. 돌이 많아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나온 쌀로 빚은 술을 ‘야시로’, 점토질 땅에서 자란 쌀로 빚은 술을 ‘토조’, 조금 돌이 섞였는데 지력이 좋은 땅에서 자란 쌀로 빚은 술을 ‘요카와’라 부른다. 야시로는 부드럽고 달며, 토조는 균형감이 좋고 식감이 매끄럽다. 요카와는 향이 진하고 산미가 강하다. 이들 토양 단면은 사케 라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맛도 다를뿐더러 마케팅 면에서도 성공적이다.

생산지는 어떨까. 특A지구는 양조장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인근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사케인 ‘닷사이’에 쓰이는 쌀이 나오는 재배지도 있다. 재배지에 ‘닷사이’ 사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쌀로 술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술로 쌀을 내세우는 것이다.

‘야마다니시키’는 척 보기에도 벼의 키가 크다. 성인 남성 키의 절반을 웃돈다. 주목할 점은 모든 논에 재배 정보가 쓰여 있다는 것이다. 품종부터 생산자명, 이전에 재배한 벼의 이름이 쓰여 있다. 또 잡초 제거, 이형벼 제거 등을 표시하는 곳도 있다.

“우리가 쌀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들이 왜 우리 술을 마셔야 하냐고 물을 때 ‘좋은 쌀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기 위해서예요. 저절로 알아주길 바라는 ‘저예요(It’s me)’ 시대가 아니라 ‘이것이 접니다(This is me)’라고 직접 소개하는 시대니까요.”

히메지(일본)=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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