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허리 술에 취해버렸네”…백제인, 열도를 홀리다

박준하 2023.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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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술의 나라'인 동시에 '신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교토 사가신사에선 백제인 수수허리(일본어로는 스스코리)를 술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가 일본에 술과 누룩 빚는 방법을 알려줘 사가신사의 주신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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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한반도 영향 받은 일본 술
주조법 전파 기리는 신사 있어
사찰명·지명 등 곳곳 흔적남아
교토 사가신사에는 일본에 누룩을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인 수수허리의 초상이 걸려 있다. 이들은 사가신사에서 ‘술의 신’으로 섬겨진다.

일본은 ‘술의 나라’인 동시에 ‘신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일본인은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도 예외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에 백제인을 술의 신으로 모시는 신사가 있다는 거다. 백제가 일본에 공예·건축·불교·천문 등 사회·문화적 영향을 끼친 것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교토 사가신사에선 백제인 수수허리(일본어로는 스스코리)를 술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 일본 역사서 ‘고사기’에 응신천황이라는 일왕이 백제인이 빚은 술을 마시고 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수수허리가 빚는 향기로운 술에 나는 취해버렸네. 무사 평안한 술, 웃음을 자아내는 술에 나는 취해버렸네.” 이 설명으로 수수허리가 얼마나 술을 잘 빚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일본에 술과 누룩 빚는 방법을 알려줘 사가신사의 주신이 됐다는 것이다. 술을 이르는 ‘사케’가 사가신사의 ‘사가’에서 왔다는 설도 전해진다.

사가신사에 가면 수수허리로 추정되는 두명의 초상이 있는데 모두 활을 들고 있다. 이들을 형제라고도 하고, 혹자는 남매라고도 한다. 가까운 거리에 역시 술의 신을 모시는 ‘사카야신사(酒屋神社)’가 있고 ‘백제사(百濟寺)’라는 절도 있다. 이 지역이 오래 전부터 술을 많이 빚었던 것, 그리고 백제인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5개의 백제사가 있다.

또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인 ‘마츠오타이샤’는 신라에서 온 하타씨(秦氏·진씨)를 신으로 섬긴다고 알려져 있다. ‘하타’라는 성이 한국의 ‘바다’라는 말에서 왔다는 것과 울진의 옛 지명 ‘파단’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마츠오타이샤는 1300개의 말사가 있는 신사로, 역대 왕들이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는 일도 많았다. 아직도 매년 양조장 대표와 양조사들이 이 신사에 와서 진씨 가문을 기린다. 일부 양조장에선 마츠오타이샤에서 나오는 물을 섞어 술을 빚는 풍습이 남아 있을 정도다.

‘술기로운 세계사’의 저자 명욱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는 “당시 백제의 영향력이 커 아직도 일본에는 관련된 지명이 많고 백제가 일본 술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라도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본의 문화나 유산·유물 등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토=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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