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농해수위 여야 간사에게 듣는다
가격 보장 땐 과잉생산 우려 커
과학적 관측 근거로 대응해야
농업강국과 FTA 재협상 앞둬
시장 추가개방 대책 집중 점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기후 잦고 생산비 급등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 시급
재해대책 빈틈없이 살피고
농업회의소 법제화도 매듭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사후책보단 선제적 대책 강화해야
‘여야가 없는 상임위원회’로 통하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로 전에 없던 파열음을 냈다. 이같은 분위기는 코앞으로 다가온 올 국감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안정제 법제화 등 현안이 적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르는 국감이어서 여야가 공방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해수위 여야 간사를 만나 국감 전략 등 정기국회 의정활동에 관한 구상을 물었다.
“산수는 단순한 셈입니다. 반면 수학은 도형·구조·공간을 연구하고 추론하는 학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은 수학이라기보다 셈에 가깝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해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회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진해)은 이같이 밝혔다.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당장은 달콤하게 보일지 몰라도 결국엔 농산물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 이에 따른 농업소득 감소라는 부정적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의원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최대 쟁점이었던 지난해 국감에서도 “정치가 과학을 이기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기는 현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부작용 우려에도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시장격리와 같은 사후적 수급안정 대책은 최소화하고 과학적 예측·관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선제적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일관된 소신을 내비쳤다.
쌀값 폭락 국면에서 국감이 치러진 지난해와 달리 이번 국감에선 다양한 농정 현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우선 윤석열정부 농정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의원은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 등 3고 현상이 농가를 짓누르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식량주권 확보와 안전한 먹거리 공급 등 주요 농정과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과제도 짚었다. 특히 이 의원은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대책을 국감장에서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칠레, 내년에는 인도와 기체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두 국가 모두 농업 강국이어서 우리 농업과 농축산물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정부의 대책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밖에 이번 국감에서 다뤄야 할 농업 의제로 ▲농지 보전 및 이용 정책 방향 정립 ▲수해 지원금의 조속한 지급 ▲생산비 상승 국면에서 농촌 활력 증진 방안 모색 등을 꼽았다.
푸드테크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이 의원이 눈여겨보는 사안이다. 그는 정부가 푸드테크산업을 농업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점을 문제로 판단, 6월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이 의원은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정부 차원에서 푸드테크에 적극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푸드테크와 관련한 정부의 종합 대책이 전무하다”면서 “법 제정은 농업과 첨단·혁신 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행정 권위자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이 의원의 또 다른 관심사는 농촌소멸이다. 이 의원은 올초 구성된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도 맡고 있다. ‘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식의 출산장려책에서 벗어나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의원은 “정부가 내년도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17조5900억원을 편성했는데 기존 정책과 유사한 게 많다”면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저출산 극복 ‘그랜드 플랜’을 짜는 데 인구위기특위 간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또 다른 타이틀은 협상학 전문가다. 정쟁 없는 ‘정책 국감’을 위해서는 그의 역량 발휘가 중요하다. 이 의원은 “상식과 과학의 바탕 위에서 국민만 바라보고 국회를 운영할 때 비로소 협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지난해 유례없는 쌀값 폭락으로 쌀농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농산물도 날씨와 소비 변화에 수급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이 요동칩니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농심을 생각해서라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가을 정기국회와 국감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농업 의제로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을 꼽았다. 2021년산 쌀값 폭락 사태로 드러난 농가경영의 취약성 문제가 나아지긴커녕 최근 이상기후와 급등하는 생산비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건 ‘농산물 가격안정제’다.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일부 보전하는 내용으로, 어 의원은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무산된 건 농업계 의견이 쪼개진 탓이 컸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민주당은 이번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농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어 의원은 “민주당은 정기국회에 대비해 농민단체와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등 35대 중점 농정과제를 마련했다”면서 “여당 의원들과 중점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절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증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쌀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에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혜택이 쌀에 집중되지 않아)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농업재해대책도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다. 어 의원은 “올여름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대파대 등 재해복구비 지원 확대와 농업재해보험 국고 지원율 상향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면서 “‘농가소득 안정화’라는 정부의 약속이 말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매듭짓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어 의원은 국회 입성 전 경제학자로서 11년간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며 직접 목격한 농업회의소의 장점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모든 농가가 주(州) 단위 농업회의소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그 연합조직으로 연방 농업회의소가 존재한다”면서 “오스트리아는 사회적 대화체인 농업회의소를 통해 농가 입장이 대변되지만 우리나라는 농민이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통로가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법 제정도 관심사다. 그는 “정부는 ‘축산법’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자는 입장이나 한우는 우리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보호 가치가 큰 만큼 전문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한우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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