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칙없는 산업R&D 예산 삭감…우수 사업도 싹둑

김형욱 2023.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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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과정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도 대부분 삭감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리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5월 국가연구개발사업 자체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한 10개 R&D 사업 중 9개 사업의 내년도 예산(정부안)을 대폭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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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10개 '우수' 평가 사업 중 9개 ‘감액’
中企 부설연구소 지원 사업 등 차질 불가피
5개 '보통' 사업은 증액…기준 부재 지적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내년도 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과정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도 대부분 삭감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리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통’ 평가를 받은 R&D 사업 일부는 증액돼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5월 국가연구개발사업 자체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한 10개 R&D 사업 중 9개 사업의 내년도 예산(정부안)을 대폭 삭감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글로벌주력산업품질대응뿌리기술개발 사업은 우수 평가를 받았음에도 예산이 올해 264억원에서 내년 20억원으로 10분의 1 이상 줄었고, 수소차용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기술개발 사업 예산도 올해 48억원에서 내년 12억원으로 75% 줄였다. 우수기업연구소육성사업(ATC+)도 올해 811억원에서 내년 304억원으로 62.5% 감액했다. 12개 우수 사업 중 예산이 늘어난 건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예산을 활용한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229억→285억원)뿐이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 아래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산업 R&D 예산을 올해 5조4324억원에서 내년 4조6838억원으로 13.8% 삭감했다. 꼭 필요한 분야에는 투자하되 나눠먹기식 R&D 등을 과감히 구조조정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산업부 소관 266개 R&D사업 중 77%에 해당하는 205개 사업의 예산을 삭감했다. 나머지 56개 사업은 증액, 5개는 동결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도 일괄적으로 깎여나갔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의 R&D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2020년 8년간 4239억원을 투입하는 ATC+ 사업을 시작했으나 내년도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깎이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기업 부설 연구소에 R&D 과제를 맡기고 4년에 걸쳐 필요 예산의 3분의 2, 최대 20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대로면 신규 과제를 추진하기는커녕 현재 진행 중인 과제를 지원하는 것도 버겁다.

이어확 국가과학기술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급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은 잘 달리는 차에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라며 “예산이 삭감되면 출연연은 비정규직 연구원부터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 증액·감액을 결정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자체평가 대상 36개 R&D 사업 중 6개 사업은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는데, 이중 5개는 ‘보통’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0개 우수 사업 중 증액된 사업은 1곳(10%)뿐인데, 25개 보통 사업 중 5개(25%)가 증액된 것이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활용한 산업기술국제협력 사업 예산은 올해 1061억원에서 1748억원으로 64.8% 늘었다.

김경만 의원은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르면 성과가 우수한 과제는 증액해야 하는데, 성과와 예산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며 “근거와 기준, 고민 없는 R&D 예산 삭감은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의 근본을 부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24년 R&D 예산은 사업평가 결과뿐 아니라 정책적 필요성과 재정 여건, 투자 우선순위, 미래 성장전략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 고려해 편성했다”며 “감액 사업도 수행기업·기관과의 협의와 협약 변경을 통해 해당 과제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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