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도톤보리 골목과 핼러윈 1주기

김동현 기자 2023. 10.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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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사이 프로야구 구단 한신 타이거스가 센트럴리그 1위를 확정지은 지난달 14일 저녁 9시쯤 오사카 도톤보리에 모인 팬들 중 한 남성이 강에 자진 입수하고 있다./교도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작년의 ‘핼러윈 데이(10월 31일)’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캐릭터 분장을 하고 부푼 마음에 거리에 나선 청년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날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 일본 간사이(關西)를 대표하는 프로야구 구단 한신 타이거스가 18년 만의 리그 우승을 거머쥔 지난달 14일의 일이다. 한신은 현지 프로야구 팀 중 인기 측면에선 ‘최강’으로 꼽히지만 애석하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한신이 리그 1위를 확정 짓자 흥분을 참지 못한 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날 저녁 9시쯤 간사이 랜드마크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는 수만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한신이 우승하면 도톤보리에 사람이 몰려 “지난해 핼러윈 서울 이태원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도톤보리는 이태원 골목들처럼 양옆이 강으로 막혀 ‘섬’처럼 되어 있고, 인파에 취약한 좁은 골목길도 많다. 이에 오사카 당국은 이날 1300명의 경찰력을 도톤보리에 배치했다. 지난해 핼러윈 때보다 6.5배 많은 규모였다.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관들이 거리마다 일렬로 투입돼 인파를 정리했다. 조금이라도 정체되는 조짐이 보이면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한신 팬들에겐 팀이 우승하면 도톤보리강에 자진 입수하는 문화가 있다. 이를 막으려고 인파가 가장 몰리는 에비스 다리엔 경찰관 수십 명이 양 난간 쪽에 다닥다닥 서 있었다. 오사카 당국은 이날 도톤보리 강 수위(水位)를 평소보다 50㎝ 높은 3.5m로 채웠다. 경찰관들이 입수 시도를 1차로 막되, 혼란을 틈타 빠져든 이들이 강바닥에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26명이 경찰 제지를 뿌리치고 입수했지만, 당국의 대비로 입수자 중에서도, 거리에 나온 이들 중에서도 부상자는 없었다.

청춘 159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 당사국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윤석열 정부는 올 핼러윈 축제 현장을 직접 관리·감독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어 재난안전법상 지자체에 안전 관리 책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최자가 없어도 안전 관리를 지자체가 맡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작년 말 정부가 발의했지만, 약 9개월 동안 국회를 표류하다 지난달 20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이태원 사고의 ‘교훈’을 얻고 방지 대책을 꾸리고 있다. 하물며 우리는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라지 않다. ‘과한 행정 낭비’란 비판이 나올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신이 우승하던 날 도톤보리강이 그랬듯, 다가오는 이태원 핼러윈의 안전 수심(水深)은 아무리 깊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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