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4.6억 하던 전세, 7억으로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급등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보증금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1월 같은 동 같은 평형이 8억3000만~8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44%) 가까이 오른 것이다. 지난 2월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도 지난달 25일 7억1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54%) 올랐다. ‘계약갱신 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2021년 시세의 80% 수준까지 육박한 것이다.

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로 추락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월세가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 대출 금리가 안정되자, 전세 수요가 다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대신 아파트 전세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크게 줄어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서울 전세 매물 연초 대비 반 토막

서울 중심지 대단지에선 올해 초와 비교해 전셋값이 수억원씩 뛰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의 경우 지난 4월 8억4000만~8억6000만원이던 전세 실거래가가 지난달 10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 역시 1월 5억5000만~6억원에서 지난달 7억5000만~7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9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7%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5월 셋째 주 이후 누적 상승률을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4.37%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3.24%), 강동구(2.97%), 마포구(2.49%), 강남구(2.13%) 순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 회복이다. 올해 초만 해도 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로 임차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했다. 하지만 월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5.3%이지만,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3~4%대로 내렸다.

아파트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2만902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5만4954건)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서울 전세 매물은 작년 하반기 터진 전세 사기와 고금리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며 연초에 5만건대까지 쌓였다. 이후 월세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월 3만건대로 급감하더니 10월에는 2만건대까지 줄었다. 이 수치가 3만건을 밑돈 것은 2022년 7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내년 입주물량 9600가구 그쳐…전세난 우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예정된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전세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올해 19만1923가구에서 내년 13만7889가구로 28%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9656가구에 그쳐 올해(3만2341가구)보다 7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까지는 수도권 입주 물량이 적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줄어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준공 물량을 크게 늘리기엔 한계가 있어 전세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서울은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앞으로 2~3년간 전세가 불안한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이주에 나서는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전세 시장 불안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