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78만원 맞벌이도 받는다...기초연금 16년, 손봐야할 두가지
2008년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기초연금(당시엔 기초노령연금)을 처음 지급할 때 금액은 월 8만4000원(1인 기준)이었다. 이 금액이 16년째인 올해 32만3180원으로 올랐고 내년엔 33만4000원으로 오른다. 기초 연금에 드는 예산은 2014년 6조8000억원에서 올해 22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4.2%씩 증가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원씩 오른 데다 65세 이상 인구도 내년에 1000만명을 넘을 정도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엔 기초연금 예산이 46조원으로 불어난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예산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가 16억 아파트 있어도 받아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달 25일 낸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근래 65세 이상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소득·재산이 기존 연령층에 비해 높다. 빈곤율이 1930년 후반 출생은 56.3%, 40년대 전반 출생은 51.3%, 40년대 후반 출생은 44.5%이지만 50년대 전반 출생은 27.8%, 50년대 후반 출생은 18.7%로 낮아졌다. 1950년생을 기준으로 그 이하 연령대로 갈수록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65세 이상의 약 10%는 소득은 적지만 자산은 많다. 자산까지 고려할 경우 빈곤율이 1930년 후반 출생은 45.9%, 40년대 전반 출생은 37.2%, 40년대 후반 출생은 31.6%로, 50년대 전반 출생은 19.7%, 50년대 후반 출생은 13.2%로 낮아졌다. 이 수치에서 보듯,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본격적으로 65세 이상에 이르면서 소득·자산 면에서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는 소득 하위 70%로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기초연금을 주는 기준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 선정 기준액은 월 소득인정액 40만원(단독가구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 선정기준액이 2014년 87만원으로, 2016년에는 100만원으로 오르고 2020년 148만원, 2022년 180만원 등을 거쳐 올해는 202만원으로 올랐다. 15년 만에 5배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포괄할 수 있게 선정 기준액을 해마다 대폭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소득이나 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각종 공제를 계속 확대했기 때문에 실제 소득·재산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다른 재산과 소득이 없고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 올해 기준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매달 397만원, 맞벌이 부부는 678만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탈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연구위원 보고서를 보면 근로소득이 500만원이 넘는 사람도 9명, 400만~500만원을 버는 사람도 479명이나 기초연금을 받고 있었다. 주택만 있을 경우 시가 16억원 자산가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2021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인 가구 299만원, 2인 가구 456만원이다. 그런데 그 이상을 버는 65세 이상에게도 기초연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본인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전적으로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인 월 201만원을 받고 일하는 젊은 층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고민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세대 간 형평성 면에서도 맞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소득 하위 70% 기준 고쳐야
기초연금 덕분에 노인 빈곤율은 2014년 44.5%에서 2021년 37.6%로 6.9%포인트 낮아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노인 빈곤율이 높다. 특히 75세 이상과 여성의 빈곤율이 높은 편이다. 소득인정액이 0원인 65세 이상(128만명)에서 각각 64.4%, 72.4%를 차지할 정도다. 각종 공제가 있기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0원이라고 해서 소득·재산이 없는 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진짜 빈곤한 노인이나 그렇지 않은 노인이나 똑같은 액수를 주기 때문”이라며 “OECD 기준으로도 현행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가량은 빈곤한 노인이 아닌데도 동일한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소득 양극화가 문제인데 평균의 함정에 빠져 70% 노인들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니 예산 증가에도 빈곤 완화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16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져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지금의 ‘소득 하위 70%’라는 선정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65세 이상의 소득·재산이 올라가는데 계속 70%에게 지급할 것이 아니라 소득 기준을 정해 그 이하에게 지급해야 수급자 증가 폭을 낮추고 진짜 취약한 노인을 보다 두껍게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KDI 이승희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의 일정 비율 기준으로 전환하고 지급액을 증액해야 한다”며 “그러면 덜 빈곤한 1950년대생과 그 이후 세대가 대상 연령대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기초연금 수급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옥금 연구위원도 선정 기준액을 기준중위소득 등으로 조정하면서 액수를 인상하려면 우선 저소득층부터 하자고 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 128만명(기초연금 수급자의 19.1%)부터 우선 40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기존 수급 자격을 뺏을 수는 없으니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액수를 지금 수준으로 묶고, 앞으로 새로 들어오는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소득인정액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 기초연금 수급자를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 내년엔 기준 중위소득 넘을 듯
복지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당장 내년부터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이 여러 복지정책의 선정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에게 지급하는 등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등 정부의 70여 개 복지사업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기준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중위소득이 우리나라 가구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한 뒤 정 가운데 있는 소득임을 감안하면 65세 이상은 소득인정액이 국민의 중간 소득 이상이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은 단독 202만원, 부부 323만원이다. 내년에도 올해 선정 기준액 인상률(12.2%)만큼 오른다고 가정하면 각각 227만원, 363만원이다. 정확한 내년도 선정 기준액은 12월 나올 예정이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 223만원, 2인 가구 368만원이다. 이를 비교할 경우 내년엔 단독의 경우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이 기준 중위소득보다 높아지고 부부의 경우 엇비슷해진다.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은 2015~2023년 연평균 10.2% 증가했는데, 중위소득액은 평균 3%대 증가에 그쳤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더구나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은 기준 중위소득보다 공제하는 항목이 많아서 같은 금액이더라도 실제 소득·재산은 휠씬 많을 수밖에 없다. 소득인정액은 소득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것이다. 기초연금 선정의 경우 근로소득에서 108만원을 뺀 다음 다시 30%를 공제하고 재산에서도 지역에 따라 1억3500만원 등을 빼고 산정하고 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수입(월 27만원) 등도 소득으로 잡지 않는다.
여기에다 기초연금의 경우 선정 기준액 이하이면 무조건 받을 수 있지만 기준 중위소득을 적용하는 복지 혜택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경우 내년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 주거급여는 48% 이하, 교육급여는 50%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한 복지 전문가는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이 기준 중위소득보다 높아지는 것은 기초연금을 얼마나 후하게 주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인정액
소득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것이다. 기초연금의 경우 근로소득에서 108만원을 뺀 다음 다시 30%를 공제하고 재산도 기본재산액을 빼주는 등 후하게 산정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가구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 있는 소득. 기준 중위소득은 중위소득에 정부가 소득증가율 등을 반영해 정하는 값으로, 기초생활보장 등 70여 개 복지사업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기준으로 쓰고 있다.
빈곤율: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개인(또는 가구)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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