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나 先통합 後화물매각’ 대한항공의 승부수
EU, 여객-화물 노선 독점 문제 삼자
대한항공 “통합 승인하면 시정조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찬반 맞서
● KAL, “통합 우선 허가해 달라”
대한항공이 ‘조건부’ 승인을 요청한 건 화물 사업부 매각을 대한항공이 직접 주관하기 위해서다. 통합이 이뤄지기 전에는 대한항공이 피인수자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직접 개입할 권한이 없다. 일반적인 절차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사업 매각을 결정하고 인수자를 찾아 매각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EU가 조건부 통합 승인을 내줄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통합을 하면 화물 사업 매각을 포함한 모든 경영상 결정에 있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을 일일이 거칠 필요가 없다. 대한항공은 조건부 승인 후 우선 5개 국적항공사(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인수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대한항공의 이 같은 계획이 결국 ‘아시아나 패싱’을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올해 9월 EU 경쟁당국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대한항공 및 관계 기관들을 만나 조건부 승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EU 입장에서는 독과점 우려만 해소되면 되기 때문에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 대한항공은 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시정 조치안 내용은 밝히기 어려우며, 10월 말까지는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찬반 엇갈려
대한항공의 이 같은 계획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 EU 경쟁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최종 시정안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분리 매각 승인 내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총 6명이다. 3분의 2인 4명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현재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6∼27일 비공식 회의를 열었을 때도 화물 사업 분리 매각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매각 찬성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으니 빠른 합병을 통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KDB산업은행 등에 7000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해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대 측은 화물 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각을 하겠다던 당초 통합 계획을 벗어난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분리 매각은 회사 및 주주 가치를 떨어뜨려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대한항공이 EU에 제출할 시정 조치안 초안에 “화물 사업 분리 매각 방안은 아직 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부연 설명을 달아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분리 매각 결정을 하더라도 여전히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 EU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 대한항공은 내년 11월까지 여객 노선과 화물 사업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EU가 시정 조치 이행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최종 불승인을 내리면 문제가 커진다. 3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거의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가 최종적으로 승인을 안 해주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만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주주 반발뿐 아니라 산은과 아시아나 이사회의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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