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도 품어주는 여행지, 용기 내 떠나세요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10.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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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동백섬부터 둘러본다, 동백역에서 내려 동백섬까지는 800여 미터로 짧은 거리다. 동백사거리를 지나 동백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섬 입구 오른쪽으로 '더베이101'이 있다. 이곳은 휠체어 탄 사람도 무리 없이 접근 가능하고 맥주 바와 식당 내 장애인 화장실까지 있다. '더베이101'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동백섬 산책로가 시작된다.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무성해 '꽃피는~ 동백섬에~'노래가 입 안에서 맴돈다. 키 큰 나무는 산책로를 따라 우거져 터널을 만들어 한여름 땡볕을 막아준다. 벤치에 앉아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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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 전윤선 글·사진 /나무발전소 /2만2000원

- 난치질환 발병해 못 걷게된 저자
- 장애인 가기 좋은 39곳 여행기록
- 전용 화장실 위치·교통편 등 담아
- 관광약자 어르신들도 참고할 만

지난 여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우리는 도로변에서 만나 건널목을 함께 건넜다. 휠체어를 탄 그는 도로에 인접한 대형마트 1층 푸드코트의 한 테이블로 향했다. 다행히 건널목에서 테이블까지 계단이나 문턱이 없었다. 그는 이동경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자고 했더니, 그는 사양했다. 결국 나는 음료수를 혼자 마셨다.

저자 전윤선이 휠체어를 타고 제주도 우도를 여행하고 있다. 나무발전소 제공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음료수를 마시지 않은 건 혹 화장실 문제로 번거로워지는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었을까. 장애인 앞에는 아직 많은 문턱이 있다. 그 문턱이 사라지면 비장애인까지 편해진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는 전동휠체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신만의 여행지도를 그려온 전윤선 작가가 직접 다녀온 여행지를 엄선한 책이다. 저자는 자전거 국토 종단, 한국 명산 등반, 문화유적지 탐방으로 20대를 보냈다. 그러다가 20대 후반 희귀성 난치질환이 발병해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은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버킷 리스트였던 인도 여행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부수는 체험을 한 뒤,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제주 올레길을 완주했고 유럽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지구 곳곳을 여행했다. 그는 ‘장애계의 한비야’로 불린다. 저자는 여행담을 방송 칼럼 강연을 통해 세상과 나누는 한편 교통약자·관광약자가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39곳은 익숙한 여행지인데 휠체어 사용인의 눈높이와 체험으로 기록해 특별하다. 여행지마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편이 있는지, 작은 네 바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지, 쉴 곳과 먹을 곳은 어디인지 살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위치부터 편의 객실이 마련된 숙소, 전화번호 등 세세한 여행 정보를 담았다. 서울·경기권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여행지는 산정호수이다. ‘5킬로미터 무장애 산책로가 있는 산정호수’라는 소제목에 마음이 끌린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청춘이라 여행 가고 싶은 어르신 세대에도 딱 맞는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전윤선 작가는 부산도 다녀갔다. 동백섬-해운대-해운대 시장-미포항 경로로 여행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으로 동백역에 도착한 저자의 휠체어를 따라가 보자. “동백섬부터 둘러본다, 동백역에서 내려 동백섬까지는 800여 미터로 짧은 거리다. 동백사거리를 지나 동백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섬 입구 오른쪽으로 ‘더베이101’이 있다. 이곳은 휠체어 탄 사람도 무리 없이 접근 가능하고 맥주 바와 식당 내 장애인 화장실까지 있다. ‘더베이101’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동백섬 산책로가 시작된다.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무성해 ‘꽃피는~ 동백섬에~’노래가 입 안에서 맴돈다. 키 큰 나무는 산책로를 따라 우거져 터널을 만들어 한여름 땡볕을 막아준다. 벤치에 앉아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불편한 교통수단, 크고 작은 계단과 문턱, 원활하지 않은 장콜(장애인콜택시), 여행지마다 지역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등록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나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의 불편은 여전하다. 하지만 저자는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과 행복을 믿는다. 책 속 39곳 여행지는 그래서 더 귀하다. 쇠약해진 부모님을 모시고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나 교통약자, 관광약자가 될 수 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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