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따르는 선진국도 고물가엔 개입… 초과 이윤에 ‘횡재세’ 물리기도
고물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주요국 대부분이 물가 상승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주요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기업의 초과 이윤에 높은 세율로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windfall tax)’까지 특단의 대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시장경제원리를 따르는 선진국 정부조차 물가 대응을 위해 시장 개입과 가격 통제를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6월 파스타가 주식인 유럽에서는 국제 밀 가격이 내렸는데도 파스타 제조사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자 “기업이 폭리를 취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파스타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어 “75개 식품업체에서 가격 인하 약속을 받아냈다”며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업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32개 소비재 협회와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식료품, 유아용품 등 필수품목에 대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5%대 고물가에 경제 성장도 둔화하면서 물가 방어를 위해 이런 조치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2분기 성장률이 -0.4%로 역성장했다.
유럽에선 고물가 상황에 편승해 제품 가격을 올려 돈을 버는 기업에 징벌적인 수준의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회원국 27국 중 24국이 횡재세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8월 보도했다. 영국은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최대 45% 세율을 매기고, 독일도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33%의 세율을 적용한다. 헝가리는 에너지 분야 외에도 금융·제약·항공업계에 횡재세를 부과한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고금리로 이익이 급증한 은행의 이자 이익에 횡재세를 물리는 법안을 발표했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철회 권고에 내용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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