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큰손’ 이제는 2040… 컬렉터들이 젊어졌다
지난달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키아프의 피그먼트 갤러리 부스. 젊은 부부가 ‘330만원’ 가격이 적힌 아크릴화 앞에서 구매를 고민했다. 5년째 키아프에 참여한 이 갤러리는 매년 억대 매출을 내는 인기 부스. 전반적인 미술 시장 침체에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좋았다. 구매자들은 젊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고객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 것. 이선영 큐레이터는 “3년 전부터 젊은 컬렉터가 눈에 띄게 늘어, 올해는 아예 입문자들이 많이 찾는 300만~500만원대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올해 공동 개최된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는 기존 갤러리나 옥션에 비해 젊은 입문 컬렉터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기 좋은 미술 시장이었다. 5일 삼성카드에 의뢰해 카드 결제가 가능한 범위의 작품들이 있는 키아프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수치로도 젊은 컬렉터들의 증가가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니, 올해 20~40대가 키아프에서 결제한 금액은 작년에 비해 62%나 뛰어 젊은 층의 관심이 뜨거웠음을 알 수 있었다. 20~30대에서 25%, 40대에서 96% 늘었다. 반면 50대의 경우엔 56% 줄었다.
구매된 미술품의 평균 가격은 내려갔다. 젊은 입문자들이 늘어나면서 평균 결제 가격도 소액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300만원 이하 미술품 결제 비중이 작년 대비 10% 늘었다.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결제의 경우엔 전체적으로 4% 늘어났는데, 20~30대만 떼어서 보면 20% 늘어났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강남대 명예교수)은 “기존 미술 시장은 가격 정보를 알기 어렵고 기존 고객을 우선하며 갤러리와 개인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성격이 강한데, 아트페어는 누구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아트페어가 MZ 세대 성향에도 잘 맞아 미술 인구가 늘어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갤러리들도 MZ 세대에 맞춰 접근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 참여 갤러리들이 행사와 파티 등을 열고 많은 사람이 열린 공간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도 이런 차원이다.
젊은 컬렉터의 성장은 전체 미술품 시장(화랑·옥션·아트페어)의 성장도 이끌고 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해 미술시장 침체로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전체 결제 금액은 5% 줄었다. 그러나 20대에서만큼은 10% 증가했다. 전년 대비 60% 성장한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30대도 4% 늘었다. 반면 40대는 13%, 50대는 8% 줄었다. 삼성카드가 회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선 미술품 구매 장소로 ‘아트페어’(19→24%)와 ‘온라인 플랫폼’(42→42.3%)은 전년 대비 비중이 커지고, ‘화랑’(22→18%)이나 ‘옥션’(20→4%)의 비율은 줄었다. 작년부터 키아프를 후원하며 현장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카드는 “미술품에 대한 젊은 층 구매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소액 미술품 결제가 늘어나면서 키아프 기간에 카드 한도를 늘려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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