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기원 이탈자 작년 43% 급증… “의대-약대 가려고 재수”

최훈진 기자 2023. 10.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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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많은 학생이 이공계는 연봉이나 직업 안정성에서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요. 그 대신 노후와 연봉이 보장되는 의대에 가려고 반수나 재수를 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 학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흐름은 원래도 있었지만 최근 의대와 약대 모두 신입생 선발로 학생모집 방식이 바뀐 데다 의대 열풍이 더해져 이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의대(전국 39개)와 약대를 노리는 이공계 학생의 이탈률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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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대학 6곳 4년간 1024명 떠나… 의대 열풍 가속에 이탈 늘어나
학비 지원-병역 특례도 효과없어… “이공계 처우 개선 없인 인력난 가중”

“점점 많은 학생이 이공계는 연봉이나 직업 안정성에서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요. 그 대신 노후와 연봉이 보장되는 의대에 가려고 반수나 재수를 합니다.”

한 과학기술원 A 교수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학교를 관두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국가가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연구중심 국립대인 과학기술원조차 의대 열풍에 흔들리며 학생들이 이탈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 분야 인력 수요는 팽창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고급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KAIST 떠나 의대로 가는 학생들

5일 종로학원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최근 4년간 이공계 특성화 대학 6곳의 재학생 중도 이탈 추이를 분석했다. 학업을 그만둔 학생은 2021년 222명에서 지난해 311명으로, 89명(40.1%) 증가했다. 이공계 특성화대 6곳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과기원)과 포스텍, 한국에너지공과대다. 4대 과기원만 놓고 보면 이탈자는 268명이고 증가율은 43.3%(81명)로 더 컸다. 특히 DGIST는 이탈자가 7명에서 29명으로 4배가 늘었다. UNIST도 21명에서 66명으로 늘었다. 2019년부터 4년간 6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관둔 학생은 총 1024명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의대나 약대 등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 학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흐름은 원래도 있었지만 최근 의대와 약대 모두 신입생 선발로 학생모집 방식이 바뀐 데다 의대 열풍이 더해져 이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이 폐지되면서 전국 37개 약대는 올해부터 신입생만 선발한다. 기존에는 일반학과 2학년생이 PEET를 치러 약대 3학년으로 편입해야 했다.

앞으로는 재수나 반수를 통해 약대 도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의대(전국 39개)와 약대를 노리는 이공계 학생의 이탈률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최근 만난 한 이공계 특화대 교수도 학교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이탈생 90%는 의대를 가려고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 이공계 처우 개선 없인 인력난 못 막아

이공계 특성화대 6곳 대부분은 모든 재학생에게 학비와 병역 특례 혜택을 지원한다.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 연구 등의 진로를 고려했을 때 의대 재도전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공계 분야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5년간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신기술 분야 인력이 6만 명 부족하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도 2030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 인력 7만7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는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교수는 “미국처럼 이공계 박사 출신 인력의 연봉이 3억 원 수준으로 보장되지 않는 한 학생들은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 이공계 박사 후 연봉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억 원에 못 미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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