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도 “의대 가자”… 올 418명 휴학

윤상진 기자 2023. 10.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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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생도 3년새 2.5배로 급증
일러스트=이철원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휴학을 신청한 학생이 418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휴학생은 418명(1∙2학기 중복 포함)으로 2019년(168명)의 약 2.5배로 늘었다. 한 개 단과대학의 선발 인원보다 많은 신입생이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올해 서울대 인문대는 294명, 사회과학대는 383명을 모집했다. 또 전체 신입생 가운데 자퇴생은 2019년 83명에서 작년 204명이 돼 2.5배로 늘었다.

그래픽=이철원

교육계에선 ‘의대 열풍’ 때문에 서울대에서도 자퇴∙휴학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에선 1학년 1학기에도 최장 1년까지 휴학이 가능해 곧바로 학교를 쉬고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학생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자퇴나 휴학을 하는 신입생이 늘고 있다. 인문대 자퇴생은 2019년 2명에서 지난해 10명이 됐고, 휴학생은 5명에서 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26명이 휴학계를 냈다. 사회과학대도 신입생 중 자퇴생은 2019년 3명에서 작년 9명으로, 휴학생은 2019년 17명에서 작년 2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32명이다.

입시계에선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이탈이 늘어나는 것은 2022학년도부터 불거진 이과의 ‘문과 침공’ 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과생이 수학에서 문과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해 서울대 등에선 이과생의 문과 계열 합격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과 출신 문과 진학생들이 다시 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문∙사회계열의 신입생 휴학∙자퇴는 2021년 휴학 29명, 자퇴 7명에서 2022년에는 휴학 48명, 자퇴 19명으로 증가했다. 정경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 중 44.4%가 이과생이었는데, 이들이 입학한 뒤 다시 의대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 중 이과생 비율이 51.6%로 작년보다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휴학∙자퇴가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문과 출신 최상위권에서도 의대 등 이과 진로를 염두에 두는 학생이 늘고 있다. 주로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기하 과목 응시자 가운데 문과생 비율은 2022학년도 수능 때 5.2%에서 2023학년도 7.1%로 높아진 데 이어 이번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는 9.3%로 더 높아졌다. 이들 중에는 미적분·기하가 문과생이 많이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 점수(과목 난이도를 반영해 보정한 점수)가 높아 수학 등급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노리고 응시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과 계열에서 요구하는 과학탐구 과목을 추가로 공부해 의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도 많아졌다는 게 입시 관계자들 말이다.

최근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대 사범대학에서도 신입생 휴학·자퇴생이 증가하고 있다. 사범대 자퇴∙휴학생은 2019년 각각 10명과 20명이었으나 작년엔 자퇴 26명, 휴학 40명으로 늘어나 자연대학(자퇴 22명, 휴학 32명)을 앞질렀다. 자퇴생이 가장 많은 단과대는 작년 기준 공대(54명)였고, 이후 농대(52명), 사범대(26명), 자연대(22명) 순이었다. 반면 미술대학∙음악대학∙수의과대학에선 자퇴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교육계에선 올해 입시를 앞두고 상위권 대학의 휴학∙자퇴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의대 등을 목표로)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대학생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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