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거의 품격 “영화 없다면 나도 없어…8000억 아내가 기부”

김미주 기자 2023. 10.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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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기자회견&오픈토크


- “부산 아름다워 이틀 연속 달려
- 내달 홍콩 마라톤대회에 출전”
- 러너 변신 전하며 와병설 일축
- “韓영화 장점은 소재·창작 자유
- OTT시대 참신한 작품 고민”

- 운집한 팬에 “사랑해요!” 외쳐
- 입담·부드러운 카리스마 뽐내

홍콩 배우 주윤발이 부산을 찾아 “영화가 없다면 주윤발도 없었을 것”이라며 50여 년 배우 인생을 돌아봤다. 특유의 농담과 온화한 미소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주윤발이 5일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한 주윤발은 5일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지난 4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BIFF는 ‘주윤발의 영웅본색’ 특별전을 통해 그의 대표작 ‘영웅본색’ ‘와호장룡’과 5년여 만의 신작 ‘원 모어 찬스’ 3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주윤발은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배우 생활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아서 신나고, 많은 한국 팬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윤발은 최근 와병설 사망설 등의 루머에 휩싸여 팬들의 걱정을 샀다. 그는 “(가짜뉴스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웃으며 “운동을 꾸준히 한다.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출전할 거다. 내일 오전에도 10㎞ 뛰어볼 예정”이라며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고 러너로 ‘변신’한 사실을 알렸다.

부산을 비롯한 한국의 자연과 음식에도 애정을 드러냈다. 주윤발은 “부산이 아름다워 어제와 오늘 아침 이틀 연속으로 러닝했다. 저녁에는 낙지를 먹으러 갈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1980년대 ‘영웅본색’ 등으로 전성기를 맞았을 때 내한한 경험을 떠올리며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한국 곳곳으로 촬영을 다녔다.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먹은 번데기는 너무 맛있어서 매일 밤 먹었다”고 회상했다.

‘원 모어 찬스’는 5년여 만에 공개되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는 왕년의 도신(도박의 신)으로, 빚에 허덕이며 카지노를 드나드는 헤어디자이너 광휘 역을 맡았다. 주윤발은 “감동 줄이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오랜만의 장르영화라 반가웠다. 부자지간 이야기에도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는 ‘영웅본색’ ‘와호장룡’ ‘첩혈쌍웅’ 세 편을 꼽았다.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오갔다. 먼저, 홍콩 영화 실정이 주제가 됐다. 그는 “1997년(홍콩 반환)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중국의 검열이 굉장히 심해 홍콩 감독들이 힘들다”며 “홍콩 정신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소재와 창작의 자유도가 넓은 점을 높이 산다. 가끔 ‘이런 이야기도 다룬다고?’ 하고 놀라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급성장한 OTT 산업과 달리 위기에 처한 영화산업에 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고민이다. 어떤 참신한 소재로 관객 입맛을 사로잡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주윤발은 현재까지 알려진 기부금액만 8000억 원이 넘는 ‘기부왕’이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이날 회견장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주윤발은 “난 용돈을 받고 살고 있다. 힘들게 번 돈이라 기부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가 기부했다”고 농담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요즘 취미인 사진을 위한 카메라 렌즈 구매도 중고 거래를 이용한다고.

농담 속에서 인생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주윤발은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갈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를 묻자 “필요하면 한국에서 ‘시술’을 받겠다”고 재치 있게 답하면서도 “늙어가는 건 오히려 무섭지 않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생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나는 언제나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고 답했다.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도 묵직한 감동을 줬다. “홍콩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10살에 도시로 나가 10대 후반에 영화를 배웠다. 한 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한 사람 생애를 간접 체험한다. 그 울림과 감동을 2시간가량 러닝타임으로 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받았다. 영화가 없었다면 주윤발도 없었을 것이다.” 1시간가량 질의응답이 끝나자 그는 회견장의 취재진과 즉석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다. 조명 밝기까지 세심한 조절을 부탁한 그는 객석을 향해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취재진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날 오후에는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주윤발의 영웅본색’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수많은 팬을 향해 주윤발은 “사랑해요!”를 두 번 외쳤다. 팬들은 “따거!” “사랑해요”를 외쳤다. 이후 주윤발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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