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故윤정희 캐스팅은 운명 “기억력 나빠졌지만 끝까지 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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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윤정희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주인공은 윤정희라고 생각했다. 영화제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이 주인공 '미자'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 쓸 땐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의 본명도 '신미자'다.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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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개막식 고맙고 힘든 경험”
- 백건우 “이 영화 아내 위한 선물”
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윤정희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시’와 그의 삶을 이창동 감독과 배우자인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함께 추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5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스페셜 토크 ‘시’×이창동, 백건우’는 영화 ‘시’(2010·감독 이창동)의 상영이 끝난 뒤 씨네21 송경원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상영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과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BIFF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창동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윤정희 씨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하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 뜻깊다. 백건우 선생님도 자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오랫동안 여배우 윤정희를 사랑해줘 고맙다. 사실 어제 BIFF 개막식은 저와 딸에게 굉장히 고맙고 힘든 경험이었다. 딸이 어려운 연주를 해줘서 고맙고,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진희 씨는 전날 개막식에서 특별공로상을 대리수상하고, 어머니를 기리는 추모 연주 무대를 가졌다.
영화 ‘시’는 1994년 영화 ‘만무방’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윤정희를 다시 스크린으로 데려온 영화다. 그를 캐스팅한 배경을 물었다.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주인공은 윤정희라고 생각했다. 영화제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이 주인공 ‘미자’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 쓸 땐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의 본명도 ‘신미자’다.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회고했다.
그는 영화 촬영 중 윤정희의 알츠하이머가 시작됐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치매가 막 시작되는 여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배우가 결국 그 작품을 촬영하면서, (그 병이) 시작되었다는 건 가슴 아프지만 운명적이라 생각했다”며 말을 꺼냈다. 촬영 초반 2분30~40초 혼자 대사하는 롱테이크도 거뜬히 해내던 그가 피해자 소녀의 엄마를 찾아가는 촬영에선 대사를 한 마디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윤정희 씨가 나에게) 그 장면을 잘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많이 연습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촬영지까지 오면서 스태프가 1시간 넘게 길을 헤맨 탓에 심리적으로 힘들어졌고, 울면서 촬영을 못하겠다고 하더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설득하고 촬영해야 했다”며 “촬영하면서 기억력이 점점 나빠졌는데도 거의 모든 장면에서 혼자 대사하며 끝까지 해냈던 건 윤정희라는 배우의 힘일 것”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도 “(윤정희의) 영화 인생을 이 작품으로 끝낼 수 있었던 건 커다란 행운이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었다”며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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