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5개월 만에 최대… 다시 고개 드는 인플레
고유가 영향으로 9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7% 올랐다고 통계청이 5일 밝혔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최고 6%를 넘었던 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2.7%)과 7월(2.3%)에 2%대로 떨어졌지만 8월(3.4%)에 다시 3%대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상승 폭이 더 확대됐다.
통계청은 “국제 유가가 6~7월에는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져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9월에는 최고 90달러 선을 넘었다”며 “앞으로 물가 흐름도 국제 유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했다.
미국도 유가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나는 휘발유 가격을 다시 낮추겠다고 약속합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메릴랜드주의 한 대학 연설에서 휘발유 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0.6% 올라, 1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8월 미국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전달보다 10.6%나 오른 휘발유 가격이었다.
8월부터 급등세를 보여온 국제 유가(油價) 때문에 각국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진정시켜 왔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2차 물가 쇼크’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폐쇄와 재개라는 거대한 경제구조 변화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 연이은 강펀치를 맞은 글로벌 경제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에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유가는 물론 펜트업(억눌렸던 소비 폭발 현상)으로 인한 수요 변동이나 기후플레이션 등 물가 악재가 산적해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자극으로 ‘인플레 2차전’ 벌어지나
지난 6~7월에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를 목전에 뒀다가 최근 80달러대로 숨 고르기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업체 리스태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몇 달 내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한다고 전망했고, JP모건은 “유가가 최고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고유가 경고가 나오는 것은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 반등 등 ‘수요 증가’ 측면도 있지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으로 인한 ‘공급 감소’ 여파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고유가를 유도하고 자국의 재정을 확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자국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네옴시티와 같은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 이후 공급망 재편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악재에서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와중에 고유가가 ‘물가 상승 스파이럴(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격탄 맞은 유럽은 여전히 고물가
지역별로는 유럽의 물가 과열이 심각한 편이다.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 유로존(EU)은 5.9%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작년 7월(6.3%)과 비슷한 수준의 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처럼 러시아에 에너지·식량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일수록 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에너지·식량 물가 타격이 적은 편이다. 지난 8월 중국과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0.1%와 3.2%에 그쳤다.
장재철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우 유럽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높아 고임금으로 인한 물가 상승 자극이 여전한 편”이라며 “주거 비용도 계속 높은 추세라 인플레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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