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실종 미스터리… 4년만에 3만명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 2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안팎씩 올랐다. 하지만 그 후 6개월간 전국 법인 택시 기사는 오히려 2700여 명 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10만3311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만명 넘게 줄어들었다. 전국 법인 택시 10대 중 3대가 기사를 못 구해 사라진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요금을 올리면 코로나 사태 후 이어진 기사 감소세가 멈춰 야간 ‘택시 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인 택시는 고령화로 야간 운전을 꺼리는 개인택시 기사 대신 심야 운행 대부분을 맡고 있는데, 기사가 줄어 야간에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요금을 올렸는데도 시민 부담은 늘고 승차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이 2021년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택시 업계의 혁신을 막아선 폐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택시 수요가 많은 시간에 택시 공급을 늘리는 게 핵심인데, 기존 택시 업계 보호를 이유로 경직된 요금제로만 대응하다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택시 업계를 도와주려 요금을 올리니 부담이 커진 승객이 떠나고, 승객이 감소하니 기사가 줄어 택시 잡기가 어려워졌다”며 “모두가 힘들어지는 ‘보호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수입 줄었다며 떠나는 기사들
법인 택시 기사는 2019년만 해도 10만명이 넘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해마다 6000~1만명 줄어 올해 7월 기준 7만126명까지 감소했다. 법인 택시 1대를 주야로 운영하려면 2.3명이 필요한데 기사의 절대 숫자가 택시 수(8만4066대)보다 적어진 것이다.
기사 부족은 수요가 넘쳐나는 심야 번화가에서 택시 대란이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울 강남역, 홍대 입구, 이태원 등지에선 주말 자정이 넘으면 호출 택시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웃돈을 요구하며 영업하는 일도 많다.
기사들은 왜 택시 업계를 떠나는 것일까.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 기사들은 수입 중 일부를 사납금으로 내고 그 이상 번 돈은 수익으로 챙겼다. 하지만 2020년 초 법인 택시 기사 월급제(전액 관리제)가 도입되면서 사납금이 없어지고 기본급이 늘었다. 그러나 택시 회사들은 월급제가 기사의 근로 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변형된 형식의 사납금을 받고 있다. 예전처럼 기준액을 못 맞추면 기사가 차액을 내게 하는 대신 다른 인센티브를 깎는 식으로 변형해 불법 논란을 피했다. 기사들은 “기본급은 늘었지만 최저 시급을 겨우 넘는 수준이고, 회사에 내야 할 돈은 여전히 많다”고 했다.
기사 수가 줄어 ‘노는’ 택시가 늘자 택시 회사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진화택시, KM2는 7월부터 휴업 중이고 마카롱 택시 T1, T2가 파산하는 등 1년간 회사 9곳이 문을 닫았다.
◇요금 올렸지만 “비싸다”며 승객 줄어
지난 2월 서울시가 택시 기사들의 수입을 보전해 준다며 택시 요금을 올렸지만 손님도 줄어 실효를 보지 못했다. 올해 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억5622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628만건)보다 6% 감소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9% 줄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은 “야간 법인 택시 가동률이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타다 금지법’ 여파로 새 서비스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려면 11인승 이상 차만 운행하고 관광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게 제한했다. 공항, 항만에서만 대여-반납할 수 있고 6시간 미만으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규정을 피하려다 보니 새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는 사이 택시 업계에선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교통 전문가는 “택시 업계의 고용 경직화, 서비스 질 개선, 기사 처우 등 어느 하나 해결 못 한 정책과 규제를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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