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비건산업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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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나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를 지칭하는 비건(vegan)은 과거 종교 등의 신념과 건강에 관한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산업 키워드로 성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대량의 곡물을 투입하고 분뇨 등의 환경오염원을 발생시키는 축산업의 대체산업으로 주목받는 비건산업은 붉은색 고기와 가공육의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와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심장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미국 심장학회(AHA)의 발표를 등에 업고 건강식품의 이미지까지 형성하면서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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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나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를 지칭하는 비건(vegan)은 과거 종교 등의 신념과 건강에 관한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산업 키워드로 성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육식을 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한정된 먹거리였던 것이 푸드테크의 도움을 받아 식감과 외관이 일반적인 고기와 다를 바 없는 식물성 대체고기로 탈바꿈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아가 선인장이나 사과 등으로 만든 인조가죽이 '비건레더'(vegan leather)로 불리며 동물 천연가죽의 자리를 조금씩 잠식해나가고 있다.
대량의 곡물을 투입하고 분뇨 등의 환경오염원을 발생시키는 축산업의 대체산업으로 주목받는 비건산업은 붉은색 고기와 가공육의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와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심장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미국 심장학회(AHA)의 발표를 등에 업고 건강식품의 이미지까지 형성하면서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비건상품은 일반적인 마케팅의 실패사례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한 미국 식물성 대체고기 업체가 2020년 중국 시장에 진입했는데 친환경과 건강을 키워드로 중국 3300여개 스타벅스 매장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JD닷컴 등을 발판으로 현지 시장을 집중 공략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시장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다. 14억 중국인이 한 번씩만 사 먹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수년간 500억원 이상 투자했으나 그 결과가 참담한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조치 등의 외부문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시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 업체의 가장 큰 패인이 중국인의 식습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은 미국인과 달리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훨씬 선호하고 자주 먹는 상황에서 쇠고기의 식감 등을 흉내 낸 대체고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의 쇠고기 소비량은 돼지고기의 16% 수준으로 차라리 가짜 돼지고기 상품을 개발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는다. 또한 대체고기의 주원료인 콩은 중국인들이 두부 등으로 자주 먹는 식재료로 이를 원료로 만든 대체고기에 대한 신선함이나 필요성이 크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육식을 많이 하지만 다양한 콩 기반 음식을 매일 소비하는 중국인에게 비건의 특별함과 건강함 등을 강조하는 것의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고기업체의 중국 시장 실패사례는 한 기업의 속 쓰린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푸드테크의 주요 영역으로 육성되는 우리나라 대체식품산업에 주는 시사점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중국과 우리의 식습관 및 소비 트렌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사전의 면밀한 시장분석 없이 미래 주도 아이템만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은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항상 강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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