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이 촉발한 기술전쟁의 '폭풍전야'
현재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기업, 국가간뿐 아니라 더 나가 개인에게까지 거의 전쟁 수준의 다툼이 한창이다. 마치 폭풍전야에 조용했다가 조금씩 비와 바람이 흩뿌리는 듯하지만 곧이어 전방위적으로 몰아칠 폭풍에 모두가 긴장해 있다. 예전에 어떤 분이 "기술전쟁은 선전포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예고도 없고 해결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수많은 기술경쟁에서 인공지능이나 배터리, 반도체 및 통신 등 기술패권 전쟁까지 달려가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20여개의 유럽 이동통신사는 유럽연합(EU)에 미국 서비스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다시 청원하고 나섰다. 오래전부터 이야기됐고 팬데믹 기간에 정점을 찍다가 이제는 더욱 세련되고 정교하게 투자 없이 '무임승차'하는 소수의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규제가 없으니 투자도 하지 않고 대가도 내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비난하면서 규제를 통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각종 독과점 남용 규제와 온라인 중개, 특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추천 및 인공지능 알고리듬에 대한 투명성 확보 등을 규정하는 디지털 법들이 테크기업들을 압박한다.
최근에 미국은 젊은 리나 칸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미 페이스북(메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제소대상이 됐을 뿐 아니라 아마존은 분야별로 이미 네 번씩이나 대상이 됐다. 칸 위원장은 거대 기업들의 횡포나 독점의 피해, 우월적 지위남용 등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기에 기업들의 긴장은 더욱 크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서로 물고 물리는 기업 간의 싸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구글의 반독점 소송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해서 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검색시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구글을 맹비난한 것이다. 구글과 인공지능에서 미래를 두고 혈전을 벌어야 하는 경쟁사를 불러놓고 의견을 물으니 당연하기도 하고 최근에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어떻게든 검색시장의 점유를 올리려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사활이 걸린 경쟁, 전쟁일 수밖에 없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구글의 검색 점유를 가져와야 자신들이 존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거대 공룡이나 시대적으로 막을 수 없는 기술에 대한 개인들의 반향 없는 절규와 같은 아우성이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과 노동조합의 계속되는 파업이 대표적이다. 유명 배우들은 광고에 등장한 자신들의 인공지능 딥페이크로 "이건 내가 아닙니다"라고 해명하기 바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큰 부작용이며 자신들의 연기를 학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초상권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의 활용에 '가상배우' 제작문제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면서 개인들 또한 기술과 생존이 걸린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하기에 더욱 고도화한 기술개발에 목을 걸고 제소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회기여에 대한 설득과 선언, 상생을 위한 헌금투척, 실제 새로운 영역의 진출을 포기, 자신들의 CEO까지 교체하면서까지 다양하게 대응한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산업간 충돌, 이해관계자들의 다툼은 과거의 산업변화 때마다 일어난 데자뷔를 보는 느낌이다. 우리도 이미 경험이 있고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모든 단편적인 상황을 종합해보면 새로운 시대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여러 방면에서 부상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이러한 격변기에 사라지는 이들이 있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개인도 기업, 국가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진 혁신 이후에 사라졌던 혁신이 오늘날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에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다만 '밀운불우'(密雲不雨)와 같이 인공지능 구름은 꽉 차있으나 폭우가 내리지 않았을 뿐이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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