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새틴 스티치- 박우나

박우나 2023. 10.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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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빛 손톱의 실금을 만지면 자꾸만 눈이 감겼다 털 고르기 하는 빈 새장에 들어가 한동안 서로의 귓불을 매만졌다 맨발로 어제를 훌쩍훌쩍 뛰쳐나가던 소녀들, 구름을 뜯어 하늘로 던졌다 파닥이는 것들은 너무도 쉽게 갇혀버린다



이국에서 온 편지에서 조심히 뜯어낸 우표, 그 이음새 없는 고요처럼



봄 소풍이었다 소녀들이 무더기로 도착하고 각별해진 관계도 흩어졌다 비밀스러운 관계를 땅에 묻고 조심조심 침을 뱉었다 무시는 우아하게, 고의가 막다른 데로 밀고 갔다 사진 속 소녀들의 어깨 위로 쏟아지던 오르골 멜로디



눈을 감아야 잡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드로잉



갈라 터진 손톱 끝에서 카나리아 한 마리 자라난다

잿빛 소음 사이로 쏟아지는

세계의 곡선들 사이로 두 숨결 일렁인다



계단이 꺾이는 자리마다

잘 익은 보폭들을 수놓는다



둥글게 둥글게 퍼져가는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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