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유인촌 인사청문회, 고성·막말 '아수라장'
野 공세에 與 방어막…장내 소란에 정회되기도
유인촌 "블랙리스트 없다" 김행 "김건희 여사와 친했으면 좋겠다"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여야는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거세게 충돌했다.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면서 파행이 거듭됐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김 후보자는 '주식 파킹' 의혹과 김건희 여사 친분설을 전면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MB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질문 공세에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또한 지난 2010년 문체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 활동 무력화' 문건을 직접 보고 받은 정황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후보자는 MB정부 시절 역대 최장수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파고들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윤석열 정부 들어 독립영화 관련 예산 등이 삭감되면서 옛날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것들이 재현되는 느낌"이라며 "일부에서는 많은 사람이 유 후보자의 등장을 블랙리스트의 재림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출범한 지 1년 5개월 정도 된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계 검열 등 블랙리스트 사례만 20건이 넘는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계는 검열당했으며 배제되고 통제됐다"고 주장했다.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가 없었고, 모른다고 이야기하는데, (야당은) 마치 있었던 것으로 기정사실화 한다"고 비판하면서 "묻되, 충분히 답변을 듣고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과열된 분위기를 녹이는 한편 건설적인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팽팽한 흐름이 폭발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도대체 우리나라 국무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참 까다로운 것 같다. 특히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처벌된 적도 기소조차 된 적 없다. 아무런 구체적인 정황 증거라든지 자료를 가지고 장관 후보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추정"이라면서 유 후보자를 압박하는 야당을 비판했다.
김승수 의원은 이어 "그런 논리라면 여러 가지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수많은 그런 증거자료와 증인의 자백이 있는 이재명 대표는 기소까지 됐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왜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안 하나. 이게 모순되는 논리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서 "여기서 이재명 대표가 왜 나오냐"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승수 의원은 "기소되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 아닌가. 말 좀 가려서 하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욕설이 담긴 말로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장내 소란이 커져 정상적인 회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민주당 소속 홍익표 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포했다. 김윤덕 의원은 회의가 다시 속개된 이후 욕설에 대해 사과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의 분위기도 심각했다. 이날 오전부터 김 후보자에게 "불성실하다"는 질책과 함께 자료를 제출하라는 야권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49개 자료를 요청했는데 42개 자료가 미제출됐다"면서 "장관 후보자께서 준비해온 자료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총 19건의 요청 자료 중 제출된 3건마저도 단답형으로 왔다"며 허탈한 기색을 보였다. 또, 의원들의 질의 중 자료를 뒤지는 김 후보자를 향해 "집중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도 여러 차례 나왔다.
여야 의원 간 감정 섞인 싸움도 발생했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은 문정복 민주당 의원을 향해 "국무위원이 될 후보자인데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는가"라고 하자, 문 의원이 "어떻게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하느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키라"며 문 의원을 향해 "야!"라고 부르자, 문 의원은 "정경희!"라며 소리를 질렀다.
야당은 김 여사와의 친분에 대해 집중 공세를 벌였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를 두 번 본 것이 다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거짓말한 적 없다. 제 기억에는 분명히 그렇다"고 거듭 부인했다. 김 여사와의 친분 의혹에 대해서도 "그분(김 여사)은 그분대로 성공한 분이고 저는 저대로 정치권에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겹치는 부분이 없다. 근데 어떻게 제가 여사로부터 픽업이 됐다거나 지인이 겹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회사의 주식을 시누이에게 팔아 백지신탁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될 당시 본인 소유의 인터넷 언론사 주식은 공동창업자에게, 남편의 지분은 시누이에게 팔았다 되사면서 주식 파킹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이원택 의원의 통정매매·명의신탁 가능성 제기에 "(회사) 누적 적자가 12억이 넘었다. 차라리 회사가 망하든지 말든지 백지신탁으로 넘길 것을 그랬다"며 "저는 통정매매를 인정할 수 없다. 주식 매매를 할 때 직계존비속한테 하지 않으면, 되게(가능하게) 돼 있다"고 받아쳤다.
김 후보자는 "저희는 스팀잇 코인이 없다. 그것은 제가 100%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사가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80여 개 언론사들이 기사를 읽으면 코인을 보상해 주고 있다"며 "위키트리도 기사를 하나 읽으면 0.31 코인인가, 돈으로 따지면 1원 될까 말까 한 코인들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늦은 밤 국민의힘 의원들이 "갑시다"고 외치자 김 후보자도 자료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민주당 의원들은 "어딜 도망가느냐"며 몸으로 이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6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하루 더 진행하기로 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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