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정보]일상화한 매크로 조작, 안 막나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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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유명 공연의 티켓을 유료로 대리 구매해준다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올 6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방한 공연 때가 대표적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구매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이들은 어떻게 표를 구한다는 것일까.
실제 한 30대 남성은 매크로로 7개월간 공연 티켓 1200여 장을 구매한 혐의로 지난달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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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반복의 입력 작업을 대신하기 위해 만든 매크로는 본래 목적과 달리 엉뚱한 곳에 사용돼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다. 각종 예매는 물론 수강 신청, 쇼핑몰 마케팅 등 단순·반복 입력을 남들보다 빨리, 많이 해야 하는 곳이면 두루 쓰인다. 매크로가 범람하는 것은 구해서 쓰기가 쉽기 때문이다. 관련 프로그램을 구해 실행시키는 데 5분 정도면 충분하다.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한국과 중국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다음’이 진행한 ‘클릭 응원’ 역시 매크로를 통해 3분의 2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응원 클릭이 전체의 93%인 약 3000만 건에 달했는데 그중 네덜란드와 일본 IP를 통해 2000만 건의 응원 클릭이 있었던 것이다. 로그인도 필요 없고 응원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매크로를 통해 쉽게 클릭 수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예매나 응원 클릭 등을 위한 매크로는 프로그램 면에선 비교적 단순한 축에 속한다. 위험한 건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매크로를 이용해 순위나 댓글 조작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정 키워드가 자동 반복되도록 해 네이버의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광고주들로부터 200여억 원을 받은 일당이 최근 적발된 적이 있다. 또 매크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기사에 수백 건의 댓글을 달아주겠다는 불법 업체들도 등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부각시키는 댓글 조작이 가능할 수 있단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크로의 경우 컴퓨터 바이러스나 해킹처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방어하기 힘들다고 한다. 로그인 요청, 복수 응답 제한, 복수 IP 차단 등 조치를 취해도 이를 무력화하는 매크로가 나온다는 것이다. 처벌도 미흡하다. 매크로 불법 사용은 큰 틀에서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사례는 극소수다. 공연계에선 법 개정으로 매크로를 통한 암표 처벌이 가능해졌는데 내년 3월에나 시행된다. 여야가 ‘클릭 응원’ 사태를 놓고 국기문란이니 침소봉대니 하는 정치적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니다. 여야가 번갈아 피해자가 된 드루킹 사태에서 보듯 누구나 매크로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이참에 매크로를 차단할 사회적 보안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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