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만경봉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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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대동강 동쪽에 있는 만경대는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김일성 유적지이기도 한 만경대는 지금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지만 북한이 관광 필수 코스로 빼놓지 않는 곳이다.
북한의 여객·화물선(3500t급)인 만경봉호는 이곳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봉우리 이름을 따서 지었다.
만경봉호에 이어 아들 격인 만경봉 92호가 국제무대 외톨이로 전락한 북한에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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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북송사업이 중단된 1984년 이후에는 화물선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닥치는 대로 북한으로 실어날랐다. 한때는 매년 수억∼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조총련계 교포의 송금까지 이 배가 도맡아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고마운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인민경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사람도 아닌 선박이 1992년 김일성 훈장까지 받았다고 한다.
배가 낡아 더 이상 운항이 어려워지자 만든 게 만경봉 92호다. 1992년 4월 김일성의 80회 생일을 맞아 조총련계 상공인들이 40억엔(약 400억원)을 모아 선물한 9700t급 선박이지만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영해 진입을 금지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미녀 응원단’으로 친숙했던 350명을 태우고 온 것도 만경봉 92호다. 응원단원들의 외부노출을 우려한 북한은 다대포항에 배를 정박시키고 숙소로 썼다. 1983년 12월 무장간첩선 침투사건으로 유명한 다대포에 또 북한 배가 왔다는 게 아이러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 등을 태우고 동해로 들어온 것도 이 배다.
한동안 사라졌던 만경봉 92호가 러시아와 인접한 나진항 근처에서 최근 자주 포착된다고 한다. 지난달 13일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이 공식화된 직후라는 게 께름칙하다. 만경봉 92호는 온전한 화물선이 아니다. 북·러 간 무기 거래에 이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청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해상 루트에 투입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만경봉호에 이어 아들 격인 만경봉 92호가 국제무대 외톨이로 전락한 북한에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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