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첨단무기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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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니까 멋있네." 지난달 26일 열린 국군의날 제75주년 기념식과 시가행진 중계 영상을 시청했던 지인이 한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무-2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K-2 전차와 무인기를 비롯한 첨단무기가 대거 등장한 기념식과 시가행진이 대대적으로 열렸으니, 이를 지켜본 국민 입장에선 한국군의 모습이 예전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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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니까 멋있네.” 지난달 26일 열린 국군의날 제75주년 기념식과 시가행진 중계 영상을 시청했던 지인이 한 말이다. 군 당국과 정부는 한국군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전력을 갖췄다고 강조하지만, 국민은 이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군사보안’의 벽이 워낙 높아 군의 실제 전력이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제약받기 때문이다.
이는 첨단무기 못지않게 싸우는 방법과 의지를 갖추는 ‘전투형 군대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 이후 절치부심하며 국방 개혁을 단행하고 훈련을 강화했다. 그 결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울 수 있었고, 서방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무기가 빈약했던 아프간 탈레반, 남베트남 베트콩도 높은 전투 의지와 숙련된 전술로 상대방을 제압했다.
이는 외부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수수한 작업’이다.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인정해주는 사람도 많지 않다. 반면 첨단무기를 도입·운용하는 것은 다수의 눈에 띄는 ‘화려한 액션’이다. 국민은 경탄하고, 주변국들은 경계한다. 첨단무기를 확보해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군을 과소평가하고, 러시아군을 과대평가했던 것도 이 같은 특성과 무관치 않다.
한국군은 ‘국방혁신 4.0’을 통해 레이저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무장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나 첨단무기 도입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병사에서 사령관에 이르는 모든 계급의 장병들이 한데 뭉쳐 싸우고, 육해공군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첨단무기보다 더 강한 억제력이 된다. 지금 한국군에 필요한 것이 ‘화려한 액션’이 아닌 ‘수수한 작업’인 이유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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