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남녀 임금격차, 그리고 노동시장 개혁

2023. 10. 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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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격차 31% OECD 최고
출산·육아로 경력 끊겼던 30대 女
최근엔 비정규직으로 고용 유지
폐쇄적 노동시장 재진입 어려워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38개 회원국들의 평균은 12%다.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1996년 OECD 가입 이래 27년째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이다. 국세청 근로소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남성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885만원으로 여성의 2943만원보다 1943만원 많았다. 남성 급여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은 60.2%로 2017년 58.2%에서 4년간 2%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결과라고 이해돼 왔으나 2019년을 기점으로 여성 경력단절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 출산, 육아를 위해 여성들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반면 지금은 노동시장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2018년까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65.2%에서 30대는 62.7%로 떨어졌다가 40대는 67.4%로 올라가는 M자형이었다. 즉 많은 30대 여성은 출산과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다가 40대 이후에 노동시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제는 30대 여성들도 20대와 같이 노동시장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대 66.8%, 30대는 66.4%, 40대는 66.3%이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이처럼 30대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남녀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탓이다. 2020년 150만명이던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 139만명으로,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은 17.6%에서 17.2%로 적지만 감소했다. 그러나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2021년 기준 육아 휴직률은 남성 4.1%, 여성 65.2%이다. 스웨덴 등과 같이 남성 육아휴직 기간 의무화, 육아휴직 부모할당제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OECD 19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는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52주로 가장 길지만 이용률은 거의 바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8월 기준 55.2%로 2017년과 같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여성 취업자는 남성 취업자에 비해 376만명이 적으나) 여성 비정규직 수는 2017년 361만명에서 2022년 450만명으로 90만명 증가한 반면 남성 비정규직 수는 72만명 증가하였다. 지난해 6∼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정규직 대비 54.1%였다.

육아의 부모 공동 부담 제고를 위한 (필요하다면 강제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남성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완화되어야 한다. 사업체 규모별 근로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인 미만 346만원, 100∼299인 455만원, 300인 이상 592만원이다. 급여가 낮고 규모가 작은 사업체일수록 여성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근로자 99인 이하 사업체 44.3%, 100∼299인 37.9%, 300인 이상 33.6%였다. 2017년과 비교하여 변화가 거의 없다.

대기업이 기간제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현재 기간제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300인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5∼200인 8.7%, 300인 이상 20.6%이다. 대기업 노동시장이 지금과 같이 연공중심으로 경직적이고 폐쇄적으로 작동한다면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시간제, 기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여성 근로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 역량, 직무, 성과 중심으로 인적자원이 평가받고 개발되는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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