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같은데 배가 안 아프네…음료도 ‘식물성 대체유’ 뜬다[창간 기획]
“오트로 바꿔주세요.”
카페에서 우유를 두유나 오트(귀리), 아몬드 음료로 바꿔 먹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마트 진열대에선 식물성 음료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 ‘우유 아니면 두유’였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흔히 대체유는 콩을 비롯한 곡물, 견과류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드는 음료를 말한다. 오래전부터 마셔온 두유 역시 대체유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귀리, 아몬드, 코코넛, 마카다미아, 캐슈너트, 현미 등에 기반한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건강 등을 위해 식물성 대체유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당불내증’ 탓에 우유를 못 먹는 이들도 마실 수 있고, 저지방·저칼로리라는 점도 ‘셀링 포인트’다. 다만 영양 면에서 우유와 차이를 보일 수 있어 제품 영양성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5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두유를 뺀 국내 식물성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19년 376억원에서 지난해 848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넘게 커졌다. 전통 강자 ‘베지밀’ ‘삼육두유’ 등 두유까지 포함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469억원 수준이다. 두유를 제외한 국내 대체유 시장 중심에는 유업체가 있다. 매일유업은 글로벌 아몬드 음료 브랜드 ‘아몬드브리즈’와 자체 귀리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판매한다. 남양유업도 ‘아몬드데이’와 ‘오테이스티’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인한 우유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도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CJ제일제당(‘얼티브’), 동원 F&B(‘그린덴마크’) 등 식품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식물성 버전 ‘식물성 바유’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서울대와 함께 국산 쌀을 이용한 기능성 대체유를 개발 중이다. 식물성 대체유의 선구자 격인 스웨덴 귀리 음료 브랜드 ‘오틀리’ 등이 수입되고 있다. 업체들은 ‘바리스타’ 라인으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 중이다.
기술 발달로 또 다른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결합한 뒤 발효시켜 유단백질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 분야 선도기업인 미국 퍼펙트데이는 현지에서 ‘소 없는’ 우유와 아이스크림, 크림치즈를 출시했다. 퍼펙트데이는 최근 소비자 대상 브랜드 운영에서 손을 떼고 다른 기업에 자사가 제조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매일유업, SK와 대체 유단백질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푸드트럭에서 시식한 대체 유단백질 아이스크림도 퍼펙트데이 제품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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